2014년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1억6000만원을 주고 전세 아파트를 마련한 직장인 안석준씨(31)는 최근 너무 올라버린 전세금 때문에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불과 1년 6개월 만에 주변 아파트 전세가 대부분 2억원 이상으로 올라버리자 전세금을 올려줄 형편이 안 돼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반전세를 주고라도 지금 사는 곳에 머무르고 싶지만 최근 쌍둥이 아이까지 낳아 생활비 부담이 커져 맘 놓고 재계약을 하기도 힘든 상황. 아파트가 안되면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라도 알아봐야 할 처지라 안씨는 매일 생활정보지에 나온 전월세 매물을 챙겨보고 있지만 마땅한 조건의 매물이 없어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금 상승과 물건 부족 현상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름 휴가철 동안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전세금이 다시 꿈틀대고 있고, 전세 물건 찾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와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부동산 매매 심리가 다소 위축되면서 새 집보다는 전세를 택하려는 수요자들이 시장에 몰리며 무주택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한 주간 0.28% 오르며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저금리에 전세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올라도 계속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올 초부터 7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9.0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7%) 상승률을 2배 넘게 웃돌았다.
저금리 기조 아래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지며 전세 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고, 나온다 하더라도 대기 중인 수요자들이 많아 가격이 천정부지다.
실제로 마포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문의해본 결과 전세 아파트의 경우 매물로 등록된 지 하루, 이틀 만에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전세금도 오르는 추세다. 서울의 경우 연립주택 평균 전세금이 올 초 1억4711만원에서 7월 1억5485만원을 기록해 7개월 만에 5.3% 올랐다.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무주택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가계 실제 주거비 지출은 평균 7만3900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3년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8% 늘어난 금액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온 이상 거주 취약층의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며, 월세 전환하는 가구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세계 경제 상황이 어렵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방안까지 발표한 이상 내 집 마련에 부담이 생기게 된 상황이라, 무리하게 대출을 해 집을 사는 수요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각 가구의 주거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내 집 마련을 생각하는 소비자라고 해도 부동산 시장은 대내외 경제여건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시세가 합리적인지, 현재의 가치가 미래에도 유지될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