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현대자동차스트리트 써킷. 쏘나타 30주년 기념 고객초청 자동차 영화시사회를 앞두고 아주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현대차가 내수 쏘나타와 수출 쏘나타의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충돌테스트를 고객 앞에서 직접 시연한 것이다.

22일 진행된 쏘나타 충돌테스트에서는 수출용(왼쪽)과 내수용(오른쪽)이 정면충돌했다. 충돌 후 두 차의 파손상태는 차이가 없었다.

이날 실험에 사용된 내수 쏘나타는 한국 아산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며, 수출 쏘나타는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됐다. 실험 직전 진행된 쏘나타 고객 대상 투표에서 국내산 쏘나타와 미국산 쏘나타의 안전성에 차별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4%’로 나올 정도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만 무려 10억원을 사용한 현대차 역시 실험 결과에 노심초사했다.

일반 도로와 동일한 조건에서 왼쪽에는 수출 쏘나타가, 오른쪽에는 내수 쏘나타가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사람 대신 더미(실험용 인형)가 탑승했으며, 시속 56km(법규상 시험속도보다 8km 빠름) 속도로 실험을 진행했다. 무선 조정으로 상호 정면 충돌 방식을 택했다.

잠시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삐~’ 소리와 함께 양쪽에서 시속 56㎞의 속도로 두 쏘나타가 질주했다. 이를 지켜보는 쏘나타 고객과 취재진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두 쏘나타가 중간 지점에서 만나 충돌하는 순간 ‘쾅’하면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파편이 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충돌시연의 결과는 어땠을까. 육안으로 보기에도 두 차의 파손상태에 큰 차이가 없었다. 실험을 직접 지켜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크게 세가지 요소를 점검했다.

수출용 쏘나타와 내수용 쏘나타가 충돌하는 장면

우선 승객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A필러(앞유리와 옆유리 사이 기둥)가 뒤로 밀렸는지 확인했다. A필러가 파손되거나 뒤로 밀리면 승객룸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사고가 났을 경우 인명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내수 쏘나타와 수출 쏘나타 모두 A필러가 파손되지 않았다.

그 다음 앞문이 열리는지 점검했다. 앞좌석에 앉은 승객이 부상을 당했을 경우 앞문이 제대로 열려야 쉽게 탈출이 가능하다. 두 쏘나타 모두 정상적으로 앞문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에어백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두 차 모두 운전석과 조수석, 무릎 에어백 모두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차 역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에어백도 내수차와 수출차 모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미의 상해 정도에 따라 승객보호 정도를 색상으로 표시하는 평가결과에서 두 차 모두 그린 색상(우수)을 기록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과거 고객의 오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부에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만들었고, 이번 행사는 위험부담이 컸지만 진정성을 바탕으로 진행했다”면서 “더미 손상이나 에어백이 차이가 없으며, 앞으로도 오해가 있으면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지난해 하반기 신설하고 고객과 소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향후에도 소비자들의 오해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충돌테스트처럼 눈으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거의 매일 하는 테스트지만 야외 테스트라는 점에서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것으로 모든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으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