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연속적으로 환율을 1% 이상 상승시켜 발표함으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중국은 환율 변동폭을 하루 2%내로 정해두고 한도내에서 시장에 맡기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환율의 기준은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통화 환율에 가중치를 두어 정하는 소위 복수통화바스켓을 사용한다. 그러나 어떤 통화가 얼마나 높은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환율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고정환율제도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중국 위안화 환율은 꾸준히 하락하여 지속적인 평가절상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데 충분한 수준이 아니어서 위안화 환율은 '글로벌 불균형'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경상수지의 누적적인 흑자나 적자가 지속되는 글로벌 불균형 상황에서 환율이 핵심주제가 되는 이유는 경상수지에 대한 환율의 리밸런싱 메커니즘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정이 실제에 항상 적용된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지금은 무리다. 첫째는 이론에서 가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다자간 거래가 이루어지는만큼 환율이 양자간 거래의 합을 단기간에 재균형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자본이동이 경상수지 규모를 압도하고 있어서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경제 펀더멘털보다 통화정책이 환율 변동을 더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가속화 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정책적 수단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자국통화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실은 주요국 통화가치의 변동을 보면 명확하게 나타난다. 미국은 2008년 11월부터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하여 2014년 10월 29일에 그 종료를 선언했다. 적극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미국의 통화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지난 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다시 상승했다. 일본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양적완화를 일정 한도내에서 시행했다. 특히 2013년 아베 총리의 등장으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기에 이른다. 환율에 대한 일본의 양적완화 효과 역시 일본의 통화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다.
유로존에서도 2008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05%까지 인하했다. 그리고 중앙은행 예치금 이자율을 -0.2%까지 내리는 고강도 금융완화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정책은 모두 디플레 방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그렇지만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가져왔다. 아래 표와 그래프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주요국들은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통화가치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어서 명시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대외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통화가 국제적 호환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여서 통화정책의 환율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특히 환손실을 우려하여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외화자금이 이탈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중국이 이번에 시행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신흥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정책적 목적으로 앞으로도 환율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인식을 세계시장에 일깨워 주었다.
이번 중국의 평가절하 조치는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관련 포지션 조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또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중국의 위안화 가치를 압박할 경우 언제라도 또 다시 위안화 가치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처럼 과감한 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로 중국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글로벌 경제에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 주요국들이 이미 통화정책을 통해 자국의 이득을 도모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대국들은 통화정책이나 환율정책으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수단이 부재하다. 비난을 받더라도 시장개입을 통해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하는 것이 전부다. 선진경제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여전히 이러한 상태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화의 국제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