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여)씨는 최근 5년간 타온 쏘나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고민을 했다. 중고 매매상에 가져가 팔려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여성 운전자는 속는 경우가 많다'는 주변 얘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인터넷에서 찾은 한 대기업 계열 중고차 매매 업체에 차를 팔았다. 이 업체는 여성 차량 평가사를 보내 견적을 내고, 차도 직접 가져갔다. 김씨는 "발품을 팔면 더 비싸게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협상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기업에서 하는 것이니 크게 손해를 볼 것 같지 않아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뛰어드는 중고차 시장

주먹구구식 거래가 많아 '레몬마켓(속을 알 수 없는 시장)'으로 불려온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거래 시스템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가서 딜러와 만나 협상하던 과거 방식에서 전화 한 통이면 평가사가 달려와 견적을 내주고 가져가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차량 정보와 사진을 올리면 회원으로 등록된 딜러들이 각자 가격을 제시하고, 차주가 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딜러를 선택해 판매하는 경매 방식도 등장했다. 인터넷 쇼핑의 '최저가 판매 시스템'이 중고차 시장에도 도입된 것이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중고차 거래 센터 '동화엠파크시티'에서 자동차 정비사가 고객이 팔고 간 중고차를 무상으로 점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곳은 SK그룹SK엔카이다. 2000년 1월부터 중고차 거래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롯데그룹롯데렌터카현대차그룹현대글로비스오토벨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2011년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한 동화기업도 올 7월 770억원을 투입해 인천 서구 가좌동에 9만2500㎡ 크기의 대규모 중고차 매매 단지를 착공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기수 실장은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개인 간 거래 비중이 줄고 기업을 통한 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난해에는 기업을 통해 거래 비중이 61%로 처음으로 60%대를 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 분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346만대로 2009년 대비 7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차 거래량이 148만대에서 167만대로 12.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성장세다. 업계에서는 2020년이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연간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원 동화엠파크 사장은 "신차 시장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중고차 시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IT 업계도 중고차 시장으로

BMW코리아는 2005년 'BMW프리미엄 셀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고,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도 2011년부터 자사 전용 중고차 매장 '스타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덕준 벤츠코리아 총괄 부사장은 "올해 안에 4곳인 중고차 매장을 7곳으로 늘릴 방침"이라며 "올해 스타클래스를 통한 중고차 판매량은 작년의 2배 수준인 1200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작년 8월 처음으로 국내에 중고차 전용 매장을 열었고, 2017년 초까지는 3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볼보코리아·폴크스바겐 등도 중고차 전용 매장을 연내에 연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아직 시장 점유율은 작지만 중고차 앱 시장도 벤처 투자 자금을 받으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고차 앱 '첫차'를 개발한 미스터픽동문파트너즈로부터 7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중고차 경매 앱 '헤이딜러'를 개발한 피알앤디컴퍼니GS홈쇼핑이 8억원을 투자했다. 박홍규 SK엔카 사업총괄본부장은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와 있는 중고차 앱만 4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중고차 모바일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