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복 70년 특별 사면으로 2년 6개월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17일 계열사 사장단과의 회의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 마자 46조원에 달하는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주에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대외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8월말 예정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000660)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재계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 살리기'라는 현 정부의 사면 명분에 부응하면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기에 적합한 행사이고,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SK그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준공식에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첫 공식 일정은 계열사 사장단 오찬 모임

14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최태원 SK 회장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오른쪽부터)이 8월말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17일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오찬을 가지면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14일 자정 출소 직후 서울 서린동 SK 사옥 내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공식 일정은 이날 점심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출근하면서 "투자를 결정하거나 논의 하려고 (오늘) 회의를 소집했다"며 본인이 중요한 현안을 직접 챙기고 의사 결정을 내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의 직후 SK는 반도체 사업에 46조원을 투자하고, 석유화학과 IT(정보통신) 분야 투자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출소 이후 4일 간 매일 출근하고 있는 최 회장이 그룹 안팎에 보내는 메시지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14일 출소 직후 최 회장은 "공백이 길기 때문에 (경영 복귀 등에 대해서)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시간을 갖고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15일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과 함께 출근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SK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설명했다.
16일 오전에는 "밀린 일이 워낙 많아서 출근 하게 됐다"며 "아마 오늘 대외 일정 등을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일째인 17일 사업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최 회장은 "스스로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다"며 "수펙스협의회의장과 각 위원장, 각사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전 구성원이 대동단결해서 매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반성하고 보다 성숙해진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빠르게 경영 복귀를 시사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출소 직후 반백의 머리에 뿔테 안경, 감색 양복 등 꾸미지 않으면서도 중후한 외양을 보이면서, 왼손에 성경을 들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김창근 의장의 영접을 받으면서 출근하는 모습을 선보여 현 경영진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그리고 나서 매일 출근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경영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8월말 하이닉스 공장 준공식 판 커질까?

최태원 SK 회장은 14일 석방 이후 매일 서울 서린동 SK사옥에 출근하고 있다. 출근 할 때마다 그의 메시지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최 회장이 16일 오전 출근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이다.

최 회장의 보폭 확대는 8월 말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새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래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M14 공장 준공식을 다음 달 초중순 열 계획이었으나, 8월 말로 열흘 가량 앞당겼다. 최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대내외에 알리는 무대로 삼겠다는 SK의 계획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26일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추모 행사와 연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반도체 산업이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도 최 회장의 데뷔 무대로 삼기 적합하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이 공장 신, 증설에 향후 5년간 30조원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해 설비 투자 규모만 5조원대 중반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일본 도시바, 마이크론에 이어 반도체 생산 분야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분야 수요 폭발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공장 증설에 최소 1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7일 회의 이후 발표한 투자 계획에서 2개의 공장 신설은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도 "가급적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60조~7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이 첫 대외 일정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최태원 SK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시절인 지난 2012년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주관한 대통령 당선인 초청 경제인 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었다.


한편 17일 회의에서 최 회장은 "보고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빠른 시일 내에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등 석유화학과 IT(정보기술) 관련 계열사도 대규모 투자 집행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8월초 발표한 청년 고용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한 뒤 "대단히 혁신적인 접근으로 빠른 시일에 성공모델 만들어 확산되도록 확실히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주 첫 공식 대외 일정으로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최 회장은 이천 SK하이닉스 공장도 방문한다.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 정부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이고, SK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자사의 IT(정보기술)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벤처 기업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