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終熄)됐다. 5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지 69일 만이다. 해외에서는 메르스 극복을 위한 희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독일에 이어 미국과 스위스에서도 메르스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인체 대상 임상시험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과연 인류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쥐 이어 원숭이에서도 백신 성공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메르스 백신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쥐는 물론이고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도 치료와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독일 연구진이 쥐 실험에서 메르스 백신 효과를 입증한 데서 한 걸음 나간 성과다. 백신은 전면전에 앞서 소규모 전투를 통해 전투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실제보다 훨씬 독성(毒性)이 약하거나 아예 죽은 바이러스를 인체에 접종하면 면역세포가 그에 맞는 무기인 항체(抗體)를 미리 만들어낸다. 이후에 실제로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이미 만들어진 항체가 여기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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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진은 메르스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표면의 돌기를 만드는 유전자들만 꺼내 세균의 원형 유전자에 끼워 넣었다. 바이러스는 이 돌기로 사람 세포에 달라붙는다. 세균이 만든 메르스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정제하면 백신이 된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연구진도 같은 돌기 단백질을 백신에 이용했다. 연구진은 독성이 없는 천연두 바이러스에 돌기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자라면 표면에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은 돌기가 생겼다. 마치 뻐꾸기 알을 뱁새 둥지에서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독일 연구진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곧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 에볼라 백신은 이미 임상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캐나다 국립보건원 연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표면에서 돌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꺼내 독성을 없앤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의 돌기 유전자와 대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 기니에서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게 이 백신을 접종한 결과 100%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의 에이드리언 힐 소장은 "같은 방법으로 메르스나 마르부르그 등 다양한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완치 환자의 항체 대량생산도 성공

스위스 생의학연구소는 지난달 27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환자의 항체를 이용한 메르스 치료법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메르스에 걸렸다가 완치된 영국 환자에서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것을 햄스터의 난소 세포에 넣어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항체는 생쥐 실험에서 메르스 치료뿐 아니라 예방 효과까지 나타냈다. 스위스 연구진은 "10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환자에서 항체를 추출해 배양한 방법을 메르스에 적용해 4개월 만에 항체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염병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백신이나 치료제를 시험해볼 환자가 사라졌다. 환자가 줄면 제약사의 관심이나 정부 연구비 지원도 줄어든다. 미국과 영국의 저명 과학자들은 지난달 23일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전염병 예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전 지구적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에볼라 백신 성공 소식을 전하며 "잠재적인 다른 전염병에 대응할 치료제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