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근무는 직장 생활의 꽃이자 모든 직원의 꿈이다. 해외 근무 때 얻게 되는 적지 않은 혜택과, 시야를 넓힐 기회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많은 직원은 회사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스펙으로 해외 파견 근무를 꼽기도 한다.
최근 L 과장은 유럽 근무를 통보받았다. "한국은 너무 좁고 답답하다"며 매일 짜증 내더니 결국 유럽 근무자로 선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한 번 여행 가기도 어려운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를 하며 생활하게 되니 L 과장은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사실 다소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으니, 동료들의 박수엔 축하보다는 시샘이 적잖이 섞여 있다.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 사이에 L 과장의 동료인 P 과장도 있다. 사실 이번 해외 파견 근무는 L 과장 이전에 P 과장이 먼저 제안받았다. 그는 모범적 직장 생활로 동료들의 평판도 좋고 업무 실적도 탁월하다. 유학 경력은 없지만 오랜 독학으로 익힌 어학 능력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P 과장에게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투병하고 있는 노모가 계신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외아들인 자기를 홀로 키워주신 분이다. 다른 직원들에게 해외 근무는 다른 고민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P 과장에게는 평생을 고생하며 길러주신 어머니를 등지고 기약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끝에 P 과장은 개인적 사정으로 해외 근무가 불가하다는 처지를 회사에 알렸다. 그 대체자로 선택된 것이 L 과장이다. 고민을 끝낸 P 과장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사정을 알고 있던 내가 "아깝지 않으세요? 평생 다시 안 오는 기회인데"라고 물으니 "돌봐드릴 사람도 없는 어머니 혼자 한국에 두고 나만 유럽 가서 멋있게 살면 밤에 잠이 오겠느냐"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남들은 P 과장을 두고 가족 때문에 발목 잡힌 인생이라고 쉽게 얘기하지만, 그것이 그의 진짜 행복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행복보다는 내 주변의 소중한 것을 챙기며 사는 것이 진짜 성공한 인생이다. 늘 그렇듯,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