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파티에서도 연인이나 친구 목소리는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은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첨단 인공지능을 갖춰도 가까운 곳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얘기를 하면 주인의 명령을 알아듣지 못한다. 기계에는 여러 목소리들이 뭉쳐서 하나의 소음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로봇 개발자를 괴롭혀온, 이른바 '칵테일 파티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방법을 미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해도 각각의 목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구별해서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찾아내는 기술이다.

듀크대 연구진은 로봇청소기만 한 크기의 원반 가운데에 마이크를 두고,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지 방향을 10도씩 돌려가며 36개의 칸막이로 나눴다. 각각의 칸막이는 속이 빈 육각형 기둥들로 채웠다. 위에서 보면 벌집 모양이 된다.

작동원리는 물이 다 차지 않은 병을 입 아래에 두고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을 하면 병 속 공기가 울린다. 이는 목소리의 주파수도 미세하게 변화시킨다. 공기의 진동은 병에 든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마이크 원반도 비슷하다. 칸막이마다 육각형 기둥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각 기둥을 통해서 들어오는 소리도 주파수가 달라진다. 사람 귀로는 구분이 안 되는 미세한 차이지만 컴퓨터는 이 주파수를 분석해 소리가 어느 칸막이로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해도 특정 칸막이 방향에 있는 사람이 한 말만 따로 골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