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설립 허가가 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던 10·26 사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롯데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박정희 대통령 정부가 마지막 내준 유통시설 인허가였을 것"이라며 "그때 허가를 받지 못했으면 롯데백화점은 태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79년 롯데호텔 옆 부지에 건립된 롯데백화점은, 애초 9층이었던 설립 계획이 25층으로 변경됐고, '호텔 부속 건물'이었던 원래 용도도 '쇼핑센터 및 임대사무실'로 바뀐 채 허가가 났다. 당시 인허가 주무 관청인 서울시 공무원들은 "9층 계획의 건물 철골이 너무 높이 올라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계획 변경 사실조차 몰랐다. 특히 당시엔 정부가 강력한 '강북 지역 인구 분산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울 강북 지역에 식당·택지 허가조차 내주지 않던 시점이었다. 한 전직 고위 공무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한 상황이어서 인허가 문제에서 배려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만든다는 명분으로 산업은행 터를 롯데에 내줘"

호텔, 백화점, 놀이공원 등 대형 부동산 개발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롯데는 늘 특혜 시비에 시달렸다. 롯데그룹은 1973년 4월 외자(外資) 도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본에서 돈을 들여온 후, 당시 소공동 반도호텔을 매입했다. 정부는 인근의 국립중앙도서관도 롯데에 매각했고, 그 일대를 '특정가구정비지구'로 지정해 동국제강 등 주변의 다른 민간 부지들을 롯데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 외자도입 특례법 적용을 받아 취득세 등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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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1983년 당시 산업은행 본사 부지도 차지했다. 산업은행은 1970년대부터 논현동, 여의도 등으로 본사 사옥을 신축 이전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1984년 초 갑자기 서울 다동 한국관광공사 빌딩을 빌려 이전했다. 부지를 롯데에 내주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가 만든 '서울시내 중심지역 주차시설 확보 방안'에는 산은(産銀) 본점을 롯데가 인수하고 그 자리를 부족한 주차시설로 충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롯데는 이 부지를 공매를 통해 305억5000만원에 인수했는데 입찰자가 롯데그룹밖에 없어 사실상 수의계약이었음이 1988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전직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시 수많은 절차상 문제에도 산은은 쫓겨나고, 롯데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건물을 지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고 맥이 풀렸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1990년 초 지금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있는 롯데역사(驛舍)에서는 임대 매장의 임차인 선정에서 롯데가 정치권 실력자 등에게 특혜를 줬다는 문제로 소동이 빚어졌다. 최근 개장한 롯데시티호텔 제주 역시 애초 55m였던 건축물 높이 규제가 90m로 대폭 완화돼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소공동 부지 매입에 대해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롯데 측은 "당시 반도호텔 부지 매각이 계속 유찰되는 상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로 입찰에 참가했을 뿐"이라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제철 사업으로 고국에 투자하려던 애초 계획이 무산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호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국에 없던 수수료 매장 백화점

개발사업뿐 아니라 백화점 운영 방식 등 인허가, 규제 등에서도 '롯데만을 위한 특혜'가 많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1979년 12월 개장한 롯데백화점은 바로 이듬해인 1980년 백화점 업계 1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독주하고 있다. 승승장구의 비결엔 탁월한 입지(立地) 선택도 있지만 '수수료 매장' 방식을 도입한 영향도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수수료 매장' 방식이란 백화점에 입점 업체가 들어와 장사를 하게 한 후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떼어 가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이 생기기 전 한국 백화점들은 상품을 백화점이 직접 사들여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과 판매 업체에 매장을 세놓는 '임대매장 방식'밖에 없었다.

한 백화점 임원은 "일본 백화점들이 채택하고 있던 수수료 매장 방식을 들여오면서 백화점은 재고 부담 등 리스크는 지지 않고 그때그때 잘되는 업체만 수시로 바꿔가면서 입점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롯데백화점이 고속성장하는 바람에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지만 '수수료 매장' 방식 때문에 백화점이 '갑질 논란'에 줄곧 휘말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수수료 매장 방식이 중소입점 업체 등에 재고 부담, 판매 경비 등을 모두 떠넘기는 방식이어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롯데였기 때문에 묵인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수수료 매장 방식은 많은 입점 업체에 기회를 줄 수 있고, 입점 업체와 유통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이 1967년 한국에 처음 투자해 사업을 시작할 당시 정부로부터 외자(外資)기업으로 인정받아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롯데그룹 측은 "당시 투자금을 들여오는 방식은 신 총괄회장 개인이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정부 승인대로 한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준수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홍성추 한국도시정책학회 이사장도 "당시는 외화가 너무 없어서 단돈 1달러라도 외부에서 가져오려고 할 때였다"며 "일방적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