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국에서는 한국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시게미쓰 다카오(重光武雄)라는 일본 이름으로 각각 계열사 지분과 재산을 소유하면서 반(半)세기 넘게 롯데그룹을 경영해왔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신 총괄회장이 어느 나라에서 세금을 내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소득세의 과세권은 그 사람이 실제 사는 나라에 있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좋았던 2012년까지 한국과 일본에 거의 같은 기간을 머물며 '셔틀 경영'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국세청은 신 총괄회장을 모두 자국 거주자로 판단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에 모두 주소를 둔 '이중(二重) 거주자'라는 뜻이다.
현재 세법 규정은 이 경우 한·일 조세협정에 따라 어느 나라의 과세권이 우선하는지 따지도록 하고 있다. 이때 신 총괄회장의 경제적인 이해관계, 국적도 고려한다.
본지 취재 결과, 한·일 과세 당국은 자국 내에서 나오는 신 총괄회장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권을 갖기로 조세협정 체결 전인 1960년대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도 이런 식으로 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에서 번 돈에 대해서는 한국 소득세율에 따라 우리 국세청에 내고, 일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일본 국세청에 세금을 납부한다는 말이다.
국세청 전직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소득세 과세는 양국이 자국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기로 오래전에 합의했고 이 방식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는 한·일 양국 간 개인 소득세 부과를 둘러싼 첫 번째 합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사망했을 때 상속세 문제는 양국 간 교통정리가 돼 있지 않다. 한·일 양국은 이중 거주자의 소득세 부과에 대해서는 국제협정을 맺었지만, 상속세에 대해서는 아직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한 조세 전문가는 "양국이 신 총괄회장을 자국 거주자로 판단한다면 그의 모든 재산에 대해 각각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양국 간 과세 권한과 범위를 놓고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