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곧바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 오후 3시 25분쯤 34층에 있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방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있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인 '삼자대면(三者對面)'이 성사된 것이다.

◇신동빈 회장 "잘 다녀왔습니다" 인사

롯데그룹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에게 "다녀왔습니다.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부터 했다. 방에서 한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 4명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던 신 총괄회장은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물었고, 신 회장은 "금일 도쿄(東京)에서 돌아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신 총괄회장이 "어허, 어디?"라고 다시 물었고, 신 회장은 "네, 도쿄요"라고 대답했다. 신 회장은 다시 한 번 "걱정을 끼쳐 드려 매우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차남은 한국으로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해임 지시서 등에 대해 "법적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말했다. 아래쪽 사진은 입국장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내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마이크에 부딪히자 미소를 보이며,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굳은 표정을 짓는 신동빈 회장의 모습(왼쪽부터).

롯데그룹 측은 부자 회동 분위기에 대해 "시간은 5분도 안 될 정도로 짧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화 내용만 봐서는 불과 하루 전 동영상에서 차남(次男)을 향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던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신동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 방송사 인터뷰에서 "동생이 중국 사업의 손실 때문에 아버지한테 얻어맞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출국 연기

장남 부인은 혼자 일본으로 - 3일 낮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혼자 출국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씨.

이날 부자간의 만남에서 경영권 분쟁 해결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도 있고, 시간도 짧아서…"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에 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버지와 동생의 대화를 옆에서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兄弟) 사이에도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고 롯데그룹 측은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일본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국 일정을 연기했다.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씨만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초 일본에 가서 일본 롯데홀딩스(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주주총회 준비를 하겠다던 신 전 부회장이 한국 체류를 연장한 것에 대해 롯데그룹 주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와 동생 단둘이 만나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격호 회장 격노" 정반대 주장도 나와

신 총괄회장의 동생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서 있는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회장은 이날 부자 회동 분위기를 다르게 증언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롯데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나 "신동빈 회장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노해 '나가'라고 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방을 나갔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옆방에 있어 (동생과) 만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신선호 회장의 주장은 롯데그룹의 주장과 정반대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총괄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신선호 회장은 없었다"며 "신 회장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선호 회장은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 부친 제사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참석했음에도 취재진에게 "불참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