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9% 떨어진 4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거래소에서의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2% 넘게 하락한 배럴당 52.3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1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던 국제 상품시장에서의 원유 선물가격은 이제 배럴당 50달러선의 거래가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올 초 WTI 선물이 배럴당 52.7달러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세계 각 국의 잇따른 통화정책 완화로 돈이 풀리고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 수요가 늘면서 유가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 5월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여러나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약발'이 점차 떨어진 가운데 세계 최대 원유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가 계속 둔화되면서 유가는 다시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달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앞으로 원유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까지 공급되면서 유가는 장기적으로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새로운 위기의 돌출 가능성이다. 유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러시아를 비롯해 브라질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원유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들의 경제 위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말 유가 상승과 함께 강세를 보이며 1072선을 넘어섰던 러시아 증시는 지난달 31일 858.82로 마감, 3개월 만에 20% 하락했다. 브라질 역시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올들어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20% 넘게 떨어졌다.
해외 국가, 특히 신흥국들에서 전해지는 악재는 같은 신흥시장에 속한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초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진 이후 외국인들 투자자들이 연일 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 역시 계속 조정을 받았다. 만약 러시아나 중남미 등에서 새로운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환율과 증시, 채권시장 등에서의 흐름과 함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 역시 면밀히 관찰하면서 주요 신흥국들의 경기 상황까지 신중히 파악해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