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가 주주총회 안내장을 발송한 데 이어 조만간 주주총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차전 승리자이자 손쉽게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동빈(시게미쓰 아키오) 회장은 현재 코너에 몰린 상태다. 아버지인 신격호(시게미쓰 다케오) 총괄회장의 “신동빈 그만두게 했잖아”라는 육성이 공개되면서 장남인 신동주 전(시게미쓰 히로유키)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가족들이 전부 반(反) 신동빈 편에 선 것도 부담스럽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형 “이사회 교체하겠다”, 동생 “주총 안건 아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인 이번 주총을 통해 동생이 장악한 이사회를 교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측은 표 대결을 피하는 모양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신동빈 회장측을 대변하는 한국롯데는 이사회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번 주총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명예회장이 되는 것과 관련해 롯데홀딩스의 정관을 바꾸는 주총이고 이사회 교체 등은 안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총에 올라오는 모든 안건은 이사회를 통해 상정해야 하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런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쓰쿠다 다카유키 등 5명으로 구성된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의 우호세력이다.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이 반기를 들면서 이사진 교체가 무효가 된 상태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신동빈 회장 체제가 유지되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지분구조 아무도 몰라...표 대결 뚜껑 열어봐야

재계에는 롯데그룹이 주총에서 형제 간 표 대결까지 가게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귀국 일정을 미루고 일본에 머물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비해 우호지분 다지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은행 등 금융권을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기업에 대한 은행의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경영 관련 사안이 생기면 은행에 알리고 상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동생 해임 지시서와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한다' 서명문서(사진·KBS), 육성을 공개하면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다. 또 삼촌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양측 모두 자신들을 지지하는 지분이 많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결과는 표 대결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은 “한·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다른 지분을 끌어와도 주주총회에서 이길 수 없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 관리회사(광윤사)가 33 % 가지고 있다. 나는 2 %에 못 미치지만 32 % 이상인 직원들의 지분을 합치면 3 분의 2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홀딩스, 자산 관리 회사에 대한 아키오(신동빈) 의결권은 나보다 적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의 우호 지분이 이미 50%가 넘는다는 한국 롯데그룹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