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두근두근 1, 2
이희준 지음|박종훈 그림|이야기나무|각권 320쪽, 360쪽 |각권 1만6000원, 1만7000원

한창 취업 준비에 바쁠 20대 청년이 전통 시장의 맛과 정취에 홀딱 빠졌다. 그 곳에만 가면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선 ‘시장 탐방’이 2년을 훌쩍 넘겼고, 그 결과물이 책 두 권으로 묶여 나왔다. 전국 전통 시장 1372곳 가운데 435곳을 직접 찾아 다닌 흔적들이다.

상인들은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는 청년에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수많은 옛이야기를 들려줬다. 겉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였던 시장의 서로 다른 얼굴과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서울부터 인천, 수원, 강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시장 모습을 촘촘하게 취재하고 ‘폰카’로 촬영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 야채골목 안의 국숫집과 죽집. 시장에 가면 딱히 시장하지 않아도 이렇게 뭔가를 먹게 된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창동시장/신창시장

창동시장과 신창시장의 좌판 제과점. 먹음직스러운 꽈배기와 찹쌀도넛, 갖가지 종류의 묵, 프랑스 고급 디저트라는 마카롱까지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

망원시장 명물인 닭강정. 과일 맛을 비롯해 네 종류에 이르는 닭강정이 행인의 발길을 붙든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통인시장의 명물 ‘엽전 도시락’. ‘통 도시락 가맹점'을 찾아다니며 엽전을 주고 반찬 바꿔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옥인정육점 한쪽에선 한우 생고기를, 다른 한쪽에선 약재를 판다. 정성스러운 붓글씨로 사자성어 팻말까지 걸어뒀다. 정육점이 본업이던 사장님이 약재를 팔게 되면서 취미였던 서예 실력을 발휘했다고.

◆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종합시장

미나리광시장과 못골종합시장을 잇는 작은 골목에 있는 남문 뻥튀기는 못골 종합시장의 얼굴이다. 사장님은 깡통에 있는 뻥튀기 재료를 기계에 넣을 때 가마니에서 조금씩 쌀을 덜어 같이 튀긴다.
못골종합시장 내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스타’는 이 시장 명물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상인들이 주도하는 방송을 들으며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속초시 중앙동 속초관광수산시장

오징어순대는 속초 특산물이다. 배에서 갓 잡아 올린 오징어에 밥과 반찬을 함께 넣어 먹던 것에서 유래됐는데, 지금은 신선한 오징어 속에 찹쌀과 채소로 속을 채워 먹는다.

◆대전광역시 동구 원동 중앙시장

생선 골목에 들어섰는데 엉뚱한 곳에 시선이 꽂혔다. 공장에서 만든 누룽지가 아니라 압력 솥에서 방금 꺼낸 누룽지다. 모양도, 크기도 조금씩 다르다.
중앙시장 안의 과자 가게는 과자 전문 뷔페 같았다. 빨간 바구니를 손에 들고 뜰채로 과자를 담아 무게 별로 가격을 매긴다. 주인 아저씨가 서비스라며 주신 과자가 내가 고른 과자만큼 되지 않나 싶었다.
중앙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는 역전시장에 들어서면 이 시장 명물 곤계란을 만나게 된다. 흰자와 노른자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섞인 채 삶아져 있다.

◆대전 랜드마크 성심당

중앙시장이 지척인 곳에 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의 랜드마크 빵집 성심당이 있다. 기본 메뉴인 튀김 소보로는 튀겨지기 무섭게 팔리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장대동 유성오일장

유성장이 서는 골목 깊숙한 곳에서 후추를 맷돌로 가는 ‘맷돌 할머니’와 자체 제작한 기구로 마늘대를 잘라주시는 ‘마늘 할머니’를 만났다.

◆대구광역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대구 서문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주전부리는 호떡이다. 처음엔 철판 위에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반죽을 보고 호떡이 아닌 호빵을 파는 줄 알았다.
8개 지구로 돼 있는 서문시장에는 유동인구가 많다. 이날은 휴일이라 ‘매우 한산한’ 편이었다.
서문시장 4지구에서 의류를 둘러보다가 가발 전문점에서 깜짝 놀랐다.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인 가발,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가발 진열대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 양동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밥 먹은 가게로 이 시장 랜드마크가 된 하나분식. 분식집에서 맛본 뜨거운 순대국밥은 피곤함을 녹일 만큼 시원했고 비지를 국물을 우려낸 듯 말 그대로 진국이었다.

◆부산광역시 보수동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런 곳이다. 가슴 뛰는 옛 연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책 속의 주인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곳.

◆제주시 이도1동 동문시장

제주도 동문시장에서는 시큼쌉쌀한 여름 귤인 ‘하귤’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하우스 밀감, 천혜향, 레드향 등 교접종까지 다양한 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