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분쟁에서 1차전 승자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세에 몰렸다. 일단 형에게 명분에서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라는 지시서가 공개되면서 승계구도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명분에서 우위에 올라선 상태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이미 3분의 2이상 확보했다고 주장해 향후 표대결로 갔을 경우에도 유리하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오지 못하는 이유도 표 대결을 감안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설득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들이 전부 반(反) 신동빈 편에 선 것도 부담스럽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동인 구단주 대행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촌형인 신병호 전 롯데칠성고문의 장남이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다가 신동빈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별다른 이유없이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여기에 이들 형제의 삼촌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도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31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근 건강상태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이 흐려쳤다는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한국롯데의 경우 현재 신동빈 회장 체제가 유지되는 것을 원하고 있어 창업주가 “고령으로 총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식의 막말을 언론에 흘리는 것으로 보고있다.

향후 표대결로 롯데의 지배구조가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바뀌게 되면 신동빈 회장을 따르는 가신들은 전부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롯데 임직원들도 신동빈 회장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상태다.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기자실을 방문해 “중국 사업과 관련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지시했으며 보고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사업 적자와 보고 누락을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노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여론 상황도 좋지 못하다. 아버지를 해임한 비정한 아들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현재 롯데가 사람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 제사를 위해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까지 귀국해 신동빈 회장을 제외하고는 롯데가 전부가 모두 한국에 모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 간에 사이가 틀어진 만큼 신동빈 회장이 집안 행사에 참여해 아버지와 형을 만나기 불편할 수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귀국 전까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