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다. 최근에는 병을 진단하는 의사 역할까지 맡았다. 개의 뛰어난 후각(嗅覺)으로 의사가 진단하지 못하는 초기 암세포를 찾는 것이다. 1989년 한 피부과 의사가 국제 학술지에 애완견이 피부암 부위를 자꾸 물고 긁어 병원에 왔다는 한 여성 환자의 사례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개가 암세포에서 평소와 다른 휘발성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챘다고 추정했다.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자 개를 암 진단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시작됐다. 첫 목표는 진단이 어렵기로 유명한 전립선암이다. 항원을 이용한 검사법이 있지만 이 검사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3분의 2에게서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전립선암에 걸리고도 20%는 항원 검사에서 멀쩡하게 나온다. 항원 검사는 그만큼 오진율이 높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셰퍼드 두 마리에게 전립선암세포의 냄새를 맡는 훈련을 시켰다. 소변 시료 900개를 조사해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을 98% 정확도로 찾아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난소암 진단에 개를 이용하고 있다. 방광암, 유방암, 폐암 진단에도 개를 이용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개는 품종에 따라 사람보다 후각이 1000~10만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의 뇌 크기는 인간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뇌에서 냄새를 처리하는 부분인 후각 망울은 사람보다 3배나 크다. 냄새를 붙잡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도 개는 2억5000만개로 사람의 600만개를 압도한다. 수용체 단백질은 미로 형태의 얇은 뼈 표면에 붙어 있는데, 표면적도 개가 193.6㎠로 사람(6.5㎠)의 30배나 된다. 콧구멍도 냄새를 혼동하지 않도록 날숨과 들숨이 섞이지 않는 구조이다. 날숨은 콧구멍 옆에 있는 가로 틈으로 따로 빠져나가 가운데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들숨과 섞이지 않는다.

신약 개발에서도 개는 인류에게 크게 공헌하고 있다. 개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사람과 같은 병을 여럿 갖고 있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에 애용된다. 비글종 개가 대표적이다. 유순하고 사람 말도 잘 알아들어 운동 능력이 회복됐는지 알아보는 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