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생선이다. 초밥, 회, 스테이크 등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연어를 이용해 의약품, 화장품 등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연어의 정액에서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리오티드)·PN(폴리뉴클리오티드)라는 유전자(DNA) 조각을 추출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들은 인체에 존재하는 물질로, 피부 손상 부위에 반응해 염증을 줄여주고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PDRN은 주로 조직재생, 각막 재생, 근골격계 질환 등 의약품에 쓰인다. PN은 PDRN과 거의 비슷하지만 분자크기가 큰 물질로 피부 재생, 관절 연골 재생, 골 형성 촉진 관련 의료기기에 사용된다.

지난 1993년 설립된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원래 외국 의약품을 들여와서 파는 일을 주로 하던 제약 컨설팅 업체였다. 외국 회사가 국내에 의약품을 들여오려면 각종 규제, 인·허가 절차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같은 업무를 대신 해주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1년 이탈리아의 ‘마스텔리’라는 회사로부터 연어 정액으로 만든 PDRN 제품을 수입하게 된 것이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정상수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대표

정상수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본에서 수입하던 태반주사가 윤리적 문제에 부딪혀 판매에 난항을 겪었던 적이 있다”면서 “ 이탈리아의 ‘마스텔리’라는 회사가 태반주사에도 포함된 ‘PDRN’이란 물질을 연어 정액에서 추출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연구팀은 연어에서 PDRN을 직접 추출하기로 결심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원천 특허를 보유한 마스텔리는 자신들의 연구 내용과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공하면서 개발을 도왔다. 200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IST)와 PDRN 국산화 연구에 돌입했고, 결국 2012년에 PDRN 추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와 마스텔리의 관계는 묘하다. 국내 연어에서 PDRN을 추출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권은 마스텔리가 보유하고, 특허 전용 실시권을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마스텔리가 PDRN 제품을 먼저 개발했고,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현재까지도 해당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허권을 이전했지만, 계약이 파기될 경우에는 특허권을 되돌려받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을 막기 위해 마스텔리가 유럽, 남미 등에 제품을 팔고,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을 팔기로 했다. 정 대표는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상장 후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강릉 공장에서 직원이 ‘리쥬란 힐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지난해부터 PDRN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시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피부미용에 쓰이는 필러(보형 물질) 제품인 ‘리쥬란 힐러’를 출시했고 올해 1월에는 조직재생 주사 ‘리쥬비넥스’를 시장에 내놨다. ‘리쥬란 힐러’ 시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쓰이는 PDRN 화장품 제품도 만들고 있다.

리쥬란 힐러는 일반 필러 제품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한 번 시술에 총 3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총 150만원 정도가 든다. 일반 필러 주사의 가격은 100만원 안팎이다. 정 대표는 “리쥬란 힐러는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필러처럼 일시적으로 피부가 좋아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세포를 서서히 재생시켜주는 제품”이라면서 “실질적인 경쟁자는 필러가 아니라 써마지 등 300만원을 호가하는 레이저 시술이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PDRN이 포함된 안약 제품인 ‘리안’이 출시된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측은 리안을 장기간 사용하면 렌즈 사용으로 각막에 난 상처가 재생돼 안구건조증 증세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연골 재생 기능이 있는 관절염 치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강릉 공장 직원이 리쥬란 힐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핵심 기술인 ‘PDRN’은 강릉 과학단지에 위치한 생산공장에서 추출된다. 강릉 공장은 식약처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은 곳으로, 일부 화장품 제품과 리쥬란 힐러도 만들어내고 있다. 상장 후 제2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도 마련해 놓았다.

방진복을 입고 강릉 생산시설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밖보다 내부가 더 쾌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백승걸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생산본부장은 “온도가 변하고 공기가 탁해지면 의약품 등이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조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제약 공장을 운영하려면 냉방, 정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연어의 정액과 정소를 보관하는 장소도 눈에 띄었다. 현재 공장에는 약 2000억원 어치의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연어 정액, 정소 등을 보관하고 있다. 백 본부장은 PDRN 원료 45kg 당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PDRN 생산에 필요한 연어는 전량 ‘양양 연어 사업소’에서 공급받는다. 강릉 사업소에서 약 1시간 걸리는 거리다. 양양 연어 사업소는 연어 개체수 증가와 관련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매 년 양양 남대천 소하 연어의 치어를 방류한다. 연어는 2~3년 후 다 자라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 알을 낳고 죽는데, 죽은 연어는 스테이크 용도로 시장에 팔기도 한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양양 연어 사업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어 정액을 공급받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는 가을이 오면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직원들이 약 한 달 간 양양에서 연어를 잡는다.

백 본부장은 “기술이 발달해서 암컷 5마리 당 수컷 2마리만 있어도 수정이 가능하다”면서 “남는 수컷 세 마리로 PDRN 물질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연어 정액을 원하는 파마리서치프로덕트와 부가가치 창출을 원하는 연어 사업소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PDRN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양양 남대천 연어를 이용하지 않으면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추출한 PDRN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말할 수 없고, 각종 특허를 피해가려고 하면 기술 개발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만약 후발주자가 따라오더라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개발이 어려울 것이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중국기업과 협력해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마스텔리사가 유럽, 남미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47억3300만원

◇주요 주주: 최대주주 정상수 및 특수관계인 4인(55.3%), 벤처금융 및 전문투자자(6.4%)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보통주 기준 881만4498주의 35%인 308만2376주

◇주관사(NH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향후 PDRN·PN 응용 제품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영업 및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음.

근골격계 질환 관련 의약품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경우 실적이 악화될 수 있음.

PDRN·PN 응용 제품의 시장점유율과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으로,향후 제품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실적 악화가 우려됨.

PDRN·PN 제조 기술과 관련된 특허가 회사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핵심 인력이 유출되거나 기술이 새나가면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