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를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산정한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했다. 지난 15일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처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까지 맡으면서, 한·일 롯데 단일 경영의 기초 자료가 공표된 것이다. 한·일(韓·日) 롯데는 지금까지 지분(持分)으로만 얽혀 있었을 뿐 경영은 따로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아시아 지역의 면세점·제과(製菓) 사업 등에서 합작·제휴를 구체화하는 등 단일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11일 일본 한 일간지에 공고(公告)를 내고, 2014년 자산은 8조9000억엔(84조원), 매출은 6조5000억엔(60조원)이라는 내용의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했다. 부채는 5조7000억엔(53조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300억엔(2조2000억원)이었다. 중복을 고려 하지 않은 단순 매출 합계는 약 100조원으로 2013년보다 약 12% 늘어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37개(2013년 기준)에 달하는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19%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 롯데에서 발생했다. 제과 위주의 일본 롯데가, 유통·중화학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한국 롯데보다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韓·日 롯데 출범 후 50여년 만의 大실험

한·일 롯데는 양국 재계를 놀라게 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선 "작년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변화를 시작한 롯데그룹이 일체(一體) 경영을 시작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이전까지 '단일 통합경영'은 시도된 적이 없다.

신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웠으나, 일본과 한국에 한 달씩 교대로 머무르며 분리 경영을 해왔다. 1990년대 이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일본을, 차남인 신 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을 분담시키며 경영 수업을 시켰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작년 말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되고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도 맡으면서, 신 회장의 롯데 단일 통합 경영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면세점·菓子부터 통합경영

롯데 고위 관계자는 "한·일 롯데가 내년 3월 태국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합작방식으로 열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23일 말했다. 지분은 한·일 롯데가 각각 80%, 20%를 갖는다. 면세점 경험이 풍부한 한국 롯데와 태국 비즈니스에 밝은 일본 롯데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태국 면세점 사업을 통합경영의 첫 사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일본 롯데는 1989년부터 태국에서 사업을 운영해 현지 사정에 정통하다.

면세점에 이은 두 번째 협업(協業) 대상은 과자 사업이 유력하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일본 금융사 대상 설명회에서 "과자의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롯데가 많이 진출해 있는 태국에서 한국 롯데제과의 제품도 팔고, 한국 롯데제과가 활발히 활동 중인 중국 과자 시장에는 일본 롯데의 과자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더 적극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롯데까지 통합경영하면서 자금 조달 능력이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협력하며 신뢰 관계를 쌓으면 단일 통합경영의 핵심인 인적(人的) 교류도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