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LG전자 고졸(高卒) 사원으로 입사해 40년 가까이 세탁기만 연구해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조성진(趙成珍·59) 사장이 22일 '40년 노하우'를 집약한 혁신적인 세탁기를 선보였다. 하나의 몸통에 드럼과 통돌이, 두 개의 세탁기가 달린 세계 최초의 제품 '트롬 트윈워시(twin wash)'다.

조 사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8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세상에 없던, 차원이 다른 세탁기를 만들었다"며 "세탁기를 새로 발명했다"고 표현했다. 이 제품은 대형 '드럼세탁기' 아래에 마치 서랍처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35㎝ 높이의 소형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했다. 하나의 몸통에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세탁기를 집어넣은 것이다. 차지하는 공간은 동일하고 높이만 35㎝가량 높아졌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조성진(오른쪽) 사장이 새로 출시된‘트롬 트윈워시’세탁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세탁기는 드럼세탁기 하단에 미니 통돌이 세탁기를 붙여 만든‘1+1’세탁기다. 세탁기 박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조성진 사장은“8년간 연구개발 끝에 세상에 없던, 차원이 다른 세탁기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왜 두 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조성진 사장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라고 했다. "한·중·일, 미국 소비자를 조사해보니 점점 어른 옷과 자녀 옷을 함께 세탁하지 않는 경향이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부부인데 남편과 부인 옷도 따로 빨더라고요. 작은 세탁기를 추가로 사거나, 빨래를 두 번 돌려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을 포착했죠."

세탁기 두 개를 결합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위에선 드럼세탁기 모터가 수평으로 돌고, 아래에선 통돌이 세탁기가 수직으로 돌다보니 진동과 소음이 심했다. LG는 자동차의 충격 흡수에 적용되는 '서스펜션(suspension)' 원리를 세탁기에 적용했다. '통돌이 세탁조'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세탁기 몸통에까지 전달되지 않도록 중간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35㎝ 높이의 작은 서랍에 3.5㎏ 용량의 통돌이 세탁기를 집어넣기 위해 모터 부피를 40% 줄이고, 효율은 오히려 6% 향상시켰다. 하나의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으면서도 두 개의 세탁기에 동일한 압력으로 급수(給水)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상단의 드럼세탁기 투입구는 6도 정도 뒤로 기울어져 있어 마치 빨랫감이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전시문 세탁기사업부장(전무)은 "세탁기의 구조부터 완전히 뜯어고쳐 기존 세탁기 개발비의 5배가 넘는 300억원가량을 트윈워시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직접 체험해 본 '트롬 트윈워시' 세탁기는 맞벌이 부부에게 특히 편리해보였다. 주말까지 빨래를 몰아놨다가 세탁할 필요 없이 하단의 '미니 세탁기'로 그때 그때 쌓인 속옷이나 양말, 셔츠를 빨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와이셔츠 기준으로 최대 17벌까지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도 절약된다. 보통 색깔 옷과 흰 옷을 따로 빨기 때문에 세탁기를 두 번 돌려야 하고, 그러다보니 외출하고 싶어도 세탁이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제품은 두 개를 동시에 돌릴 수 있어 세탁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LG전자는 "위 아래를 표준모드로 동시에 돌렸을 경우 드라마 한 편 시청시간보다 짧은 49분이면 모든 세탁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세탁기의 표준세탁 시간은 74분이다.

하단의 소형 통돌이 '트롬 미니워시'는 별도로 판매해, 기존에 15㎏ 이상 용량의 트롬 드럼세탁기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하단에 서랍을 붙이듯 결합할 수 있다. 가격은 트윈워시 완제품을 구매할 경우 용량(17·19·21㎏)에 따라 230만~280만원대이고, 미니워시만 구매하는 것은 70만~80만원대다.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사장)은 "올해 국내 세탁기 시장 판매량의 1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은 이달말 출시된다.

조 사장은 "트윈워시로 기존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탁문화가 생겨날 것"이라며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 제품으로 글로벌 세탁기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