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정갑윤, 상법 개정안 대표발의 초읽기…7월 중 발의할 듯
대주주에게 신주인수선택권 무상부여 받게 길 터줘
차등의결권제는 우선주 외 종류주식 추가하는 방식으로 도입
새누리당이 차등(差等)의결권제와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등을 도입해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보장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해 논란을 빚은 후 정치권이 보인 첫 입법이다.
특히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게 대기업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안(案)이 포함돼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등의결권제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이 서로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해 적대적 인수합병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 보통주 1주가 1의결권을 똑같이 갖는 것과 달리 차등의결권제는 특정 주식이 1주당 10의결권 또는 100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한다. 또 신주인수선택권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조선비즈는 22일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인 '상법 개정안'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 검토 결과 새누리당은 기존의 우선주 같은 종류주식(관련기사 ☞ [차등의결권 논란] [키워드] 종류주식 <2015.07.15>)의 범주를 확대해 보통주보다 의결권 수가 많은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또 '포이즌 필'로 불리는 신주인수선택권제를 도입해 대기업 대주주가 신주인수선택권을 무상 부여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확보되는 셈이다.
개정안은 적대적 인수합병(M&A)시 경영권 방어를 돕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에서 보통주와 의결권 수가 다른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했다. 현행 상법 제344조제1항은 "회사는 이익의 배당, 잔여재산의 분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상환 및 전환 등에 관하여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의 종류는 크게 의결권이 없지만 배당이 높은 우선주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만 나뉘고 있다. 개정안은 이중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를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및 수"로 고쳐 의결권의 수가 보통주보다 더 많은 새로운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차등의결권제가 도입되더라도 종류주식 항목을 신설하기보다는 보유기간에 따라 보통주 권한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 의원실과 함께 법안을 준비한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주식의 평균보유기간이 코스피는 5.2개월, 코스닥은 2.9개월에 불과해 (의결권에 차등을 둘) 기간 산정에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가 신주인수선택권을 무상으로 부여받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개정안은 상법 제432조에 신주인수선택권과 관련한 조문을 대거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정관으로 정한 바에 따라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의 종류 및 수에 따라 미리 정한 가액으로 일정한 기간 내에 회사에 대하여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히 "신주인수선택권을 상환하면서 신주를 발행할 때에는 그 발행가액을 상환의 효력발생일의 주식의 실질가액이나 주식의 권면액에 미달하는 가액(무상인 경우도 포함한다)으로 정할 수 있다"고 적시해 신주인수선택권의 무상부여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정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앞길이 험난하다. 개정안 중 신주인수선택권 부분은 앞서 18대 국회인 2010년 3월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당시도 법무부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무능한 경영진과 대주주가 고착될 수 있다"는 반론에 막혀있다가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신주인수선택권 관련 논의에 밝은 국회 관계자도 "원래 신주인수선택권은 옵션이다. 옵션을 살 때는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정 의원 법안에서는 이게 무상"이라며 "사실상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들에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 경영권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법"이라고 우려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상임위 소위원회에도 못 올라갈 것이다. 발의했다는 차원에 그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삼성이나 현대차는 외국지분이 50%에 육박하거나 넘는데 그런 회사에 이런 정관 변경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성물산 합병 주총 등을 통해서 한국 자본시장을 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헤지펀드의 공격을 초대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