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합병안 등을 의결한 17일 삼성물산(028260)주주총회에서 13% 정도의 지분이 합병에는 삼성을 편들었지만, 중간배당과 현물배당이 가능케하자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날 주주총회에서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2호 의안은 찬성률이 45.93%(6038만5549주),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3호 의안은 찬성률이 45.82%(6023만2141주)에 였다. 두 의안은 엘리엇이 제안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1호 의안(합병안)의 찬성률은 69.53%(9202만3660표)였다. 2000만주 안팎의 주주가 중간배당과 현물배당이 가능케하자는 엘리엇 주장에 동조해 일종의 '반란표'가 된 것이다.

이들 반란표를 지분율로 환산하면 12.84~13.41%에 달하는 규모다. 합병안에서 엘리엇 편을 들었다면 충분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을 수 있었을 규모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배당 건에 대해 엘리엇에 동조한 것에 대해서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삼성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이 주주친화 정책을 약속했지만 어느 정도 강도높게 추진할 지, 또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하다"며 "엘리엇 안의 부결이 확실한 상황에서 항의 표시를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두 번째는 합병 가결을 염두에 두고 엘리엇 안을 따랐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 기업지배구조원이 모두 합병안에 반대한 상황에서 쉽사리 삼성 편을 들기 쉽지 않다"며 "이 경우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합병이 무산될 경우 예상되는 평가손이 크다는 논리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최치훈 사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합병을 계기로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약속 드린 주주친화 정책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처럼 주총 직후 주주 친화 정책을 다시 강조한 것도 외국인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에 깔려있는 삼성에 대한 의구심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