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뜨겁던 지난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노션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 본사를 찾았다. 날씨가 워낙 더운 데다 점심시간이 지난 직후라 나른할 법도 할텐데 회사 안 곳곳에는 활기가 넘쳤다. 두세명 씩 회의실에 들어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여념이 없는가 하면, 사무실 안을 바삐 왔다갔다하며 업무 내용을 공유, 논의하는 직원들도 여럿 있었다.

회의실 유리문에 붙은 특이한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엄마,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이지숙 홍보 담당 국장에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워낙 야근이 잦다보니 회의실 이름을 이렇게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의실 안에는 온갖 생필품들이 놓여있었다. 밤샘 회의를 하다 잠들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노션 본사 내부 모습. 벽면 스크린에 회사에서 제작한 광고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이노션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다. 광고 취급액이 제일기획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제일기획의 취급액이 4조9231억원, 이노션의 취급액이 3조5988억원이었다. HS애드(1조639억원)와 대홍기획(7444억원), SK플래닛(3980억원)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 계열사라는 점은 이노션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올해 1분기 전체 연결 매출액 가운데 현대차 등 계열사 매출 비중은 73.9%에 달했다. 이 중 현대차 매출 비중이 13.3%, 기아차 매출 비중이 3.5%였다.

실제로 회사 내부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 광고를 제작하는 부서는 공간이 따로 분리돼있다. 현대차 광고 제작 부서의 경우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인원도 많기 때문에 아예 다른 층에 위치해있다.

이노션 직원이 계열사 광고 이미지를 작업하고 있다.

계열사 광고 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이노션의 광고 취급고는 꾸준히 늘었다. 2009년 1조7250억원에 그쳤으나, 3년 뒤인 2012년 3조891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노션은 현대차 계열사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기업의 광고를 제작해왔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와 코웨이, 다음카카오의 등의 광고를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미국 전력 업체 NRG의 단독 광고회사로 선정돼 라디오와 옥외, 디지털 매체 통합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취급고가 5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망했다. 이 외에도 9개 광고 회사와 경합을 벌인 끝에 터키항공 광고를 수주했고,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의 광고 대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계열사에 대한 매출은 특히 해외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이노션의 해외 비계열사 광고 취급고는 387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73억원) 대비 430%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광고 제작·매체 대행(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광고를 매체에 노출시키는 일) 외에도 이노션은 프로모션·이벤트·전시회 등 비매체 마케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올 1분기 전체 매출액 가운데 프로모션 매출 비중은 24%였다.

프로모션 사업의 일환으로 이노션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공식 후원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모여 자국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는 ‘현대 팬 파크’를 운영하는 한편 시승 행사 등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밖에 서울국제모터쇼, 여수엑스포, 베이징모터쇼 등의 프로모션 활동을 수행했다.

이노션은 향후 세계 1, 2위 광고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조인트벤처(합작 법인)을 설립해 현재 외부 대행사가 수행 중인 미디어 플래닝과 바잉 사업을 내재화할 계획이며, 기아차 미국 법인의 광고 제작과 프로모션을 대행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광고 대행 외에도 전자상거래 사이트 기획, 운영과 배송, 구매대행 등 종합 운용을 대행할 계획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노션 직원들의 모습

지난 8~9일 진행된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04.13대1이었다. 공모가는 6만8000원이었다.

공모는 신주 200만주와 구주 300만1000주에 대해 진행됐다. 구주 300만주 가운데 140만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160만주는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한 물량이었다.

공모 전 50%에 달했던 정 부회장 남매의 지분율은 공모 후 29.99%로 낮아졌는데, 30%가 안 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90억원

◆주요 주주: 정성이(28%), NHPEA IV Highlight Holdings AB(18%), 현대차정몽구재단(9%), 정의선(2%)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2000만주의 29%인 580만800주

◆주관사(NH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매출액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

광고주와 독점적이거나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음.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이 최근 3개년 및 올해 1분기에 하락하는 추세임.

광고 산업의 특성상 보통 짝수해에 글로벌 스포츠 행사 등의 개최로 광고비 지출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영업 실적이 변동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