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산자부 "국내기업이 주도해 우리기술로 해체"
원자력연구원 "진출 가능한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는 126조원"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의 구체적인 방식과 규모가 베일을 벗었다. 15일 정부는 "향후 원전해체시장 진출을 위해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국내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6개 분야에서 20개 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환경과장은 이날 국회에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원전해체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향후 해체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실적 축적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 신재식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진흥정책과장도 "고리 1호기가 해체에 들어갈 때 국내기업이 주도해서 우리 기술로 해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래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가세했다.
박 과장은 국내 기업의 고리1호기 해체사업 참여방식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컨소시엄 또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구성한 해체산업협의회 등"이라고 덧붙였다.
윤지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기술개발본부장은 정부 발제 뒤 토론자로 나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 가능한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를 대략 126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윤 본부장은 "원전 해체 기술을 보유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개발 중인 인도, 중국을 제외한 시장이 70조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어 원전 해체 기술 보유국의 시장에 대해서는 "총 280조원 중 제염 및 절단분야 사업 비중(20%)인 56조원 정도는 시장선도형 혁신기술을 갖고 해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진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2017년 운전정지, 2022년 6월까지 해체계획 수립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시간표는 더욱 빠듯해졌다. 이미 원전 여러 기를 완전 해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들과 달리 국내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원전을 해체할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본부장은 "현재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38개중 21개를 확보했지만 그것도 사실 조그만 실험실에서 연구자 차원의 개발을 끝냈다는 것"이라며 "발전소에 적용하려면 중간단계에서 실제 크기로 실증해 기술을 완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원전의 환경을 모사한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가 2019년까지 완성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은 "기업간 경쟁이 가능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원전 해체의 6개 분야마다 2~3개씩 총 20여개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1997년에 시작해 2005년에 해체를 끝낸 미국의 매인 양키(Maine Yankee) 원전을 예로 들었다.
고리 1호기(587MWe)보다 조금 큰 규모의 매인 양키(860MWe) 원전은 사업관리주체(Stone & Webster Engineering Corp.)외에도 해체관리(Entergy), 폐기물 처리 및 관리(Babcock & Wilcox Services Inc.), 방사선 안전 관리(Radiological Services Inc.), 금속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F.W. Hake Associates), 환경 복원 및 생태학적 리스크 평가(CH2M HILL), 폐기물 처분(GTS Duratek) 등 6개 분야의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해체했다. 이 과정에서 8년 동안 5억4천만달러(약 6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중진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인삿말을 통해 "고리1호기는 사실 10년은 더 가동해도 되는데 배덕광 의원이 난리를 쳐서 (해체를 결정해) 억울하지만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신성장동력의 기회인 원전해체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해서 찬성했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배덕광 의원도 "부산과 울산은 건설예정 원전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원전의 약 81%가 몰려있는 세계적 원전 초밀집 지역으로 원전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를 유치해야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새누리당 소속의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현직 국회의원들과 서병수 부산시장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