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방을 2년째 다니는데, 올 때마다 제대로 찾아올 자신이 없어요. 매번 이 골목이 맞나 저 골목이 맞나 싶어요. 찾고 나면 너무너무 신이 나지요.”

단골 손님도 헷갈려 한다는 미로 속의 책방.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찾기가 어려웠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피노키오 책방을 찾아가기로 한 지난달 11일, 기자도 한참을 헤맸다. 휴대전화의 길찾기 앱을 나침반 삼아 가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대 번화가를 지나 한참을 가면서도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골목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꺾어들다가, 이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눈앞에 샛노란 간판 파란 글씨가 보란 듯 나타났다. ‘책방 피노키오’. 가게 앞에 늘어져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마치 누가 연출이라도 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노랑과 파랑색의 색감이 화사한 책방 피노키오. 책방 앞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드러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다.

파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곱 평 남짓한 공간에 바깥과는 다른 책세상이 자리잡고 있다. 낮 시간인데도 천정에 오밀조밀 매달린 백열 전구 불빛이 환하다. 노랗고 하얀 벽면, 아기자기하게 가로지른 선반들 위로 위로 매혹적인 세계 각국 그림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책방 한가운데를 차지한 탁자 위에도 그림책이 한가득이다. 우리말책은 물론 프랑스어, 영어, 인도어 책까지 보인다.

동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이 아담한 책방이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직역하면 그림 소설이란 뜻. 문학 작품처럼 깊이있는 만화를 통칭한다) 전문 서점이라는 책방 피노키오다. 2013년 6월 15일, 인적 드문 골목길에 문을 열었다. 손님이 찾아오다가 포기하고선 “재도전 하겠다”는 댓글을 남길 정도로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기어코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 그 사이 여섯 평이던 가게를 한 평 정도 늘려서 원래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자리로 ‘확장 이전’했고, 지난달 15일 2주년을 맞았다.

책방 안에선 손님들이 자유롭게 그림책을 구경한다. 한 손님이 가방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앉아서 그림책을 보고 있다.

값비싼 그림책을 손님이 더럽힐까 포장지로 꽁꽁 싸두는 서점도 많은데, 이 곳 그림책은 ‘완전 개방’이다. 테이블 곁에는 편안히 쉬었다 가라는 듯 의자까지 놓여있다.

이 책방에는 단골 손님이 많다. 평일 낮 시간에도 와서 책을 구경하고 책방지기에게 말을 건다. 일산에서 온 민경숙(30)씨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 별로 없었는데, 그림책만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 생겨서 반가운 마음에 초창기부터 다녔다”면서 “국내에 이런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오면 늘 새로운 책이 있기도 하고 해서 정기적으로 찾는다”고 했다.

한쪽 벽면을 활용해 상설 전시를 진행한다. 이 날은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책방 한쪽 벽은 ‘갤러리’다. 계산대 가까운 곳에는 책방 마스코트인 피노키오 관련 소품이 오밀조밀 놓여 있고, 샛노란 벽에는 예쁜 일러스트 액자가 걸려 있다. ‘책방지기’ 이희송(44) 대표는 “전시는 상설로 하고 있고, 이 곳을 찾는 손님이 그림책이나 작품을 내면 다른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진열해 놓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은 그림책 작가 홍하나(30)씨가 자신의 신작을 들고 왔다. 이 대표는 책을 받아들고 진지하게 넘겨 보더니, “다른 손님들도 볼 수 있게 하자”면서 가게 한쪽에 진열했다.

◆지속가능한 ‘동네’ 책방 꿈꾸는 책방지기

이희송 피노키오 책방지기가 넉살좋게 책방 앞을 차지한 채 졸고 있는 길고양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가게 디자인이 예쁘다. 직접 한 건가?

색만 입힌 건데 뭐 디자인이랄 것도 없다. 다만 노란색은 원래 책방을 구상할 때부터 하고 싶었다.

-미술 전공이나 출판업계 쪽 일을 했나?

전혀 관련 없다. 외국계 대사관 쪽에서 일했는데, 2012년부터 이런 ‘동네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13년 실행에 옮긴 거다.

-왜 ‘그림책 전문’으로 하게 됐나? 원래 관심이 많았나?

지금 그림책 전문 서점을 하다보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 그런데 서점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거지, 그림책에만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그보다 작은 서점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강점으로 가져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정답은 전문화, 특화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해봐야겠다 생각한 게 그림책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가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그게 바로 그래픽 노블이고,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가게 시작하면서 ‘이 책은 꼭 소개해야지’ 싶었던 책은 없었나?

그런 거 전혀 없었다.(웃음) 사실 서점을 해서 수익 내겠다는 기대도 안 했다. 월세나 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서점이다.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그게 오히려 더 특징적인 면이 됐다.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엄청나게 많았다. 책을 가져다 놓았는데, 안 나가는 책은 정말 안 나갔다. 처음 시작할 땐 국내 서적 위주로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성격은 별로 경쟁력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 돌린 게 해외 원서였다. 의외로 해외 원서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다.

초반에는 해외 원서 선택에도 실패가 많았다. 글 자체보다 그림을 보고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해외에 나가서 보고 산 게 아니니, 초반엔 실패가 많았다. 이제는 워낙 많이 해오다 보니, 초창기보다는 선택의 기술이 나아진 것 같다.

지금은 오시는 손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그리고 우리 책방과 비슷한 스타일의 해외 서점이 어떤 책을 선별해 놓는지 참고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하루에 거의 4~5시간씩 책 찾는 데에 시간을 쓴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검색하기도 하고, 거래하는 출판사가 늘어나다보니 그 출판사에서 다리를 놓아주기도 한다. 우리 책 좋아하면 이 출판사랑도 거래해보라는 식이다.

-그래픽 노블의 매력은 뭔가?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영어든, 프랑스어든 그림에 시선이 먼저 간다. 다른 책에 비해 언어 장벽이 훨씬 낮다.

-책이 참 예쁜 게 많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다. 사람들이 와서 "와, 책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하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와, 책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도록.

-이렇게 작은 책방이 해외의 출판사랑 거래하는 것이 쉬웠나?

처음엔 당연히 어려웠다. 출판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포장해서 배송하는 거 자체가 일인데, 당연히 귀찮지 않겠나. 그런데 운 좋게도 인도의 ‘타라북스’라는 핸드메이드 책 전문 출판사와 거래가 성사됐다. 그 곳과 거래하게 됐다고 하니, 다른 출판사와의 거래도 트이게 됐다. 그렇게 되니 그전까진 일정 수량이 돼야만 책을 보내주던 곳들이 점차 문을 열어줬다.

사실 해외 출판사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자신들이 잘 뚫지 못했던 한국 시장에, 나처럼 작은 책방이 앞장서서 책을 홍보해주는 셈이니까. 책방을 찾는 고객 중에 출판사 사람도 많다. 그 동안 몰랐던 책을 발견해서 번역해 출간하고 싶다는 식으로 접촉도 많이 한다.

-직장 그만두고 책방 차린 걸 후회하진 않나?

그런 면에서 후회는 전혀 없다. 그보다 요즘 고민은 이걸 잘 꾸려서 계속해나가고 싶은데,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고민이다.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하는 문제다.

-이만하면 특색있는 가게로 자리 잘 잡은 편 아닌가?

그렇게들 말씀해주시긴 한다. 한국에 이런 독특한 가게가 없었는데, 잘 생겼다고. 이런 점이 어떤 시점까지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비슷한 가게가 생길 거고, 여러 환경이 변할 거라고 본다.

난 앞으로도 이 정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색다른 책을 계속 들여오고 싶고, 손님들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는 책방을 만들어가고 싶다.

-찾아오는 손님은 어떤 층이 많나?

그림 그리는 사람, 디자인이나 예술 관심 가진 사람이 제일 많고, 출판사 사람들도 많다. 그림책 서점이라고 하면 아이들, 학부모가 많겠다고들 하는데 의외로 비중이 크진 않다. 아동용 그림책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이 더 많다.

-‘동네책방’인 줄 알고 찾아왔는데, 이야길 듣다보니 별로 ‘동네’ 책방 같진 않다.

사실이다. 나도 원래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서 책방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 어디에서도 ‘동네’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찾기 어려워졌다. 지금의 연남동은 ‘동네’로 보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생각에 ‘동네’란, 원래 주민들이 있는 상태의 그런 장소다. 동네책방도 그 원래 주민이 있을 때, 그들이 이용하며 함께 지내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젠 이 동네가 변화하면서 원래 주민이 다 떠났다. 손님들도 ‘동네사람’이 거의 없고, 외지사람이 훨씬 많다.

나도 ‘동네책방’이란 말을 쓰기가 혼란스럽다. 이젠 연남동에 있으면, 동네책방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동네책방이란 말은 이제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 남은 책방이라면 참고서, 학습서 판매하는 곳 뿐이다.

-회원제를 하다가 없앴던데?

한정적으로 해본 거고, 시험적으로. 다음 주부터는 다른 걸 해보려고 한다. 포인트제로. 원래 뭐 자주 찾아주시는 손님이나 회원분들한테 할인해드리곤 하는데, 사실 제 마음대로 하는 거다.(웃음) 국내 책은 도서정가제가 있으니 일정한 가격대로 팔아야 하지만, 우리 책은 수입 도서가 많으니까 큰 영향은 없다.

-도서정가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받는 느낌은, 일반화시키고 싶진 않지만, 동네서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금 도서정가제는 최대 할인 폭을 책 정가의 10%로(서비스는 5%) 로 제한하는데, 이 정도 조치로 대형 서점을 찾는 손님을 막을 수 없다. 최소 5% 정도로 할인 폭을 제한해야 의미가 좀 생기지 않을까.

-현재 이윤 책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 서적도 국내 서적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 국내 서적이 보통 이윤율이 30% 정도 되니까. 소규모로 운영하다보니 운송비와 환율이 가장 큰 부담이긴 하다.

◆단골 손님과 책방지기의 대화 “이 '동네' 떠나지 마세요”

피노키오 책방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다녔다는 단골 손님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고르고 있다.

이날 유난히 눈에 띄는 손님이 하나 있었다. 이 책방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다녔다는 단골 손님 진인남(29)씨다. 새로운 책을 권해 달라고 책방지기를 조르는가 하면, 자기 방에서 쉬듯 천연스레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그에게 "책방 자랑 좀 해 달라"고 하자, 봇물 터진 듯 말이 쏟아져 나왔다. 곁에서 듣고 있던 책방지기가 웃으며 종종 끼어들 정도였다.

-언제부터 다녔나?

생겼을 때부터 다녔다. 나야 뭐 홍대 주변에 사는 동네 사람이니까, 2013년 초부터. 처음 문 연 자리에 있을 때, 지금보다 더 후미진 자리에 있을 때부터다. 그 땐 지금보다 더 찾기가 어려웠는데, 노란 색 하나 눈에 띄었다. 이 근처에 그림책 학교가 있다. 그림책 작법을 공부하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이곳을 찾게 됐다.

찾아오시기 힘들지 않았나? 나도 2년째 다니면서도 늘 확신이 없다. 올 때마다 이 골목이 맞나 싶고, 찾으면 찾았다고 너무 신나고. (웃음) 이사하기 전에는 그게 더 심했다.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이었다.

-정기적으로 찾는 편인가? 행사할 때라거나?

행사할 때라기보단 책이 새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찾아온다. 책방지기가 SNS를 자주 하시니까. 새 책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서 찾아와보면 늘 달라져 있다.

-책방 자랑할 게 있다면?

연남동에 있다는 거? (웃음) 그런데 가신다고 하니까 섭섭하다. 안 가시면 안 되나?

-어딜 가나?

책방지기: 연남동이라는 곳이 예전에 비해 너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했다.

단골: 그래서 다들 가지 마시라고 말리고 있다.

책방지기: 아예 산으로 들어가서 동네 서점을 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이 곳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변했다.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내 생각보다 너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단골 손님: 원래는 연남동에 예쁜 골목이 많았다. 이 곳도 그냥 ‘골목'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 어느 날부터 가게도 많이 생기고 상업화되면서 참 많이 변했다.

책방지기: 얼마 전 고양이 문제로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 사람들이 다 떠나면서 고양이도 같이 떠났다고. 이 동네에 살던 길고양이도 함께 떠났다고. 좋다, 나쁘다를 떠나 여긴 안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런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다. 피노키오 책방이 산골짜기로 옮겨가면, 이번엔 그 동네가 이렇게 개발되는 게 아니냐고. 동네를 부흥시킨달까. (웃음)

그런데 그런 생각은 든다. 연남동에도 원래 커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 정도는 알려져 있었고, 그 때엔 이렇게까지 상업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곳에 문화적 요소가 있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변하는 것 같다. 음식점, 술집 뿐만 아니라 서점까지 있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린 게 종합 상업단지가 되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홍대랑도 가깝고 공원도 들어서고 하면서. 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처음 이 곳에 자리잡을 땐 입지 선정할 때는 ‘동네 같아서’ 선택한 건가?

그렇다. 내가 서울을 많이 돌아보진 않았지만, 이 동네 와서 느낀 게 정말 ‘동네’ 같다는 거였다. ‘골목’이란 게 너무 좋아서 선택했다. 이 자리도 이 자리지만, 처음 자리는 사람들이 정말 미쳤다고 하는 자리였다. 골목 안, 아예 보이지도 않는 자리에 서점을 연다고 하니까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지금보다 더 안 보이는 자리였다. 사람들이 와서는 찾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자리였다. 나는 그게 정말 좋았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 어디라고 알려주기만 잘 알려주면 알아서들 찾아올 것 같긴 하다.

그렇다. 이 책방엘 가면 이 책이 있다는 사실만 알면, 다 찾아오신다. 물론 지금보다는 적게 오시겠지만. 그런데 사실 나도 처음보단 욕심이 많이 늘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까. 어, 이게 되네, 되네, 하면서 욕심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요즘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처음처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처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자기 소개란에는 "작지만 지속가능한 책방을 꿈꾸어 봅니다. 종이책은 아름답다. 처음마음으로…"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단골 손님: 사실 이용자 입장에선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느끼는데?

책방지기: 에이 내 마음이 많이 변했다. 옛날처럼 내가 고객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아나?(웃음) 어느 순간부턴가, 연남동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특히 주말에는 사람이 더 많이 온다. 그러면 예전과 달리,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상하게 사람이 많이 오는데, 짜증이 나는 거다. 왜 손님이 많이 찾아주시는데 짜증이 나지? 많은 게 기분 좋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게 된 게 있다.

단골 손님: 사람들이 그림책을 막 뜯어서 짜증이 나셨나? (웃음)

책방지기: 에이, 그런 것도 좀 있지만 여유가 사라졌다는 게 큰 문제다. 예전엔 오는 손님마다 다 반가웠는데 이제 여유가 없어졌달까. 얼굴에 짜증이 보이고.

-그럼 위치 말고 다른 자랑 좀 해본다면?

단골 손님: 이 책방에 오면 몰랐던 그림책 작가를 알게 되는 게 좋다. 그게 좋아서 찾아와 또 소개 받으러 온다.

책방지기: 그런 것도 내가 원하는 문화다. 좋은 작가인데 내가 알려주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소개해주고 싶고. 내가 진열하거나 권하는 작가가 사실 대중적인 사람들은 아니다. 2년 동안 한 권도 안 나간 작가도 있다.(웃음)

단골 손님: 자랑 하나만 더 해도 되나? 책방 주인이 그림책을 정말 소중히 할 줄 아는 분이라는 게 좋다. 예전에 한 번은 밤에 책방을 찾아와 그림책을 본 일이 있다. 그 때 본 책이 마음에 든다, 이 책 사고 싶다고 했더니, 그림책은 밤에 볼 때와 낮에 볼 때 차이가 크다고 오히려 말리시더라. 낮에 와서 다시 살펴보고 사야 한다고.

그만큼 그림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독자와 작가가 올바른 관계를 맺길 바라는 분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책방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점을 알고 찾아오는 분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책방 피노키오만의 영업 원칙

오프라인 판매 원칙
피노키오 책방은 온라인으로는 책을 팔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그림책은 직접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란다. 더군다나 핸드메이드 책 같은 경우엔 종이 질감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손으로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가능하면 책방에 와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다만 지방에 살거나 책방에 오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2권 이상 주문할 경우 택배비를 추가해 택배로 보내주고 있다.)

공개 진열
피노키오 책방에는 비닐로 싸여 있는 그림책이 한 권도 없다. 진열대에 올라 있는 책은 전부 '오픈'이다. 취향껏 책을 골라서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다. 구매하고 싶은 책을 책방지기에게 말하면, 새 책을 창고에서 꺼내다 준다. 그림책이 아닌 책이라면 오히려 꽁꽁 싸 놓아도 상관 없지만, 종이 질과 인쇄 상태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그림책이야말로 직접 와서 보고 사야 하는 책이며, 촉감도 느껴봐야 한다는 책방지기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SNS로 속속 올라오는 '입고 정보'
가게 위치가 찾기 어려운 만큼, SNS 정보는 누구보다 빠르다. 피노키오 책방지기는 수시로 블로그, 트위터 등 각종 SNS를 통해 새 책 업데이트 소식, 재입고 소식 등을 알린다. 단골들은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이 소식을 보고 새 책을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하러 가게를 찾아온다.

◆책방 정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7
전화 070-4025-9186
이메일 pinokiobookshop@gmail.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pinokiobooks
트위터 @pinokio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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