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할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물산의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공세 이후 한때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우세했지만,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합병 찬성 위임장 확보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주총 이후 예상되는 엘리엇의 소송(訴訟)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표(票) 차이를 벌려야 한다.

"勝算 높아졌으나 방심 못 해"

삼성물산은 이달 13일 일간지에 게재한 합병 찬성 설득 광고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4일 "광고가 나간 13일 하루 동안에만 평소의 5배가 넘는 2000여통의 전화가 쇄도했다"며 "소액주주가 합병 찬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위임장 추가 확보를 위한 합병 찬성 설득 광고를 인터넷 포털과 케이블채널을 통해 임시 주총 전날인 16일까지 낼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내부적으로 총 출석률이 8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합병안 통과에는 56.7% 이상의 찬성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확보한 찬성 지분율은 삼성 특수관계인, KCC, 국민연금을 합쳐 30.99%이다. 여기에 향후 삼성과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해 합병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되는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11.06%)까지 합치면 찬성률은 42.04%로 올라간다.

소액주주로부터 15%의 지지를 추가로 확보하면 안정권이다. 삼성은 소액주주로부터 상당한 지분의 위임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막판까지 위임장을 최대한 확보해 표 차이를 늘린다는 목표이다. 삼성 관계자는 "주총 이후 엘리엇이 소송 등 파상 공세에 나설 명분을 없애려면 압도적인 승리가 절실하다"며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위임장 확보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합병 무산땐 일반株主가 손해"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을 번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14일 오전 7시 30분부터 6시간에 걸쳐 회의를 가진 뒤,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관해 전문위원회의 판단을 요청하지 않아 이 건에 대해 심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발 성명 등이 나올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입장 공개를 포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합병에 찬성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내부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위원회를 통해 이달 1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 결정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통상 국민연금의 요청으로 열리는 의결권위원회가 위원들의 자발적 의지로 소집된 것은 2006년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발표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며, 그 손해는 일반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헤지펀드는 주식 공매도 등의 방법으로 주가 하락에 대비해 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추가 지분 매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