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를 위한 제품은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고 공산품 인증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연결되는 건강관리 기기와 애플리케이션도 모두 포함된다. 의료기기업계 외에도 정보기술(IT) 업계, 전자업계 등에서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운동이나 레저 등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웰니스 제품'으로 구분하고 의료기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지침이 시행됐다. 식약처는 "웰니스 제품은 의료 목적이 아닌 개인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이라며 "의료기기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면 의료기기 허가심사와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등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달 10일부터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웰니스)을 의료기기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산품 허가만 받으면 된다고 발표했다. 건강관리 제품은 일상적 건강관리와 만성질환자 관리용으로 나뉜다.

◆건강관리면 웰니스…질병 치료면 의료기기

식약처가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헬스케어 시장 성장세에 비해 의료기기 규제가 걸림돌이라는 산업계의 지적 때문이다 . 다양한 업계가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을 노리면서 규제완화가 필수라고 건의했다.

식약처는 올해 4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출시 당시 혈액 내 산소 농도인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의료기기로 허가받도록 규제했다. 전자업계와 의료기기업계는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심박수와 맥박수에 이어 산소포화도까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계의 민원과 비판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5월 6일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의 주요 안건에 의료기기 규제 완화를 주요 안건으로 채택했다.

식약처는 "일반적인 건강관리 제품을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하면 제품 개발에서 허가 신청에 2~4년까지 걸리던 기간을 2개월로 줄여 제품 개발과 동시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며 "의료기기 인증과 임상시험에 들던 비용인 약 1억원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헬스케어 시장은 2013년 국내 5조2000억원, 해외 6640조원에서 2018년 국내 9조7000억원, 해외 89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사용 목적이 '의료용'인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건강관리용'인 경우에는 웰니스 제품으로 구분한다. 다만 사용 목적이 웰니스용이라도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의료기기법 규제대상이 된다.

식약처의 웰니스 제품 예시를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운동, 레저, 일상 건강관리 목적의 기구나 장치를 말한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도 포함된다. 활동량을 측정하거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수면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모두 웰니스 제품이다. 혈압계, 혈당측정기에서 측정한 정보가 앱으로 자동 전송되는 경우에도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된다.

◆상반기부터 준비…애매모호한 기준 논란도

의료기기업계는 규제 완화를 찬성하면서도 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 기준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세부 개정안이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올해 3월부터 의료용과 비의료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지난달 29일 웰니스 제품에 대한 기준안을 내놓고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질병관리와 밀접한 혈압계와 혈당측정기, 심전도까지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달 8일 해당 부분만 삭제하고 기준을 다시 만들었다. 이후 3일 뒤인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진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사는 "의료기기 규제 완화와 시장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식약처가 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기업 대표는 "지난해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갑자기 개정됐다"며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여러 회사가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웰니스 제품이라도 최소한의 안전성 검증이 필수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용과 웰니스용의 정확한 쓰임이 불분명하다"며 "사람에게 사용되는 기기 특성상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신체해부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잘못된 건강진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미국과 유럽이 기준을 개정하는 단계로, 여기에 맞춰 상반기부터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승용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사무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올해 초 모바일에 사용되는 기술이나 앱을 의료기기가 아닌 웰니스 제품을 분류했다"며 "건강관리에 위험이 없는 제품이 의료기기에서 제외되면 다양한 기술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으며, 추가 개정안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