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비(燃比)를 내세워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수입차 업체들이 이달 들어 신차 연비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 등 국산 중형 디젤차의 연비가 일부 준중형급 수입차 연비보다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들이 실제 연비를 낮추는 것은 국토교통부의 연비 검증이 깐깐해지자 연비 과장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올가을 출시를 앞둔 신형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L당 16.1㎞로 확정 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모델은 친(親)환경 '유로 6 기준'을 충족하는 엔진을 장착했는데, 기존 유로 5 모델의 연비 18.9㎞보다 15% 가까이 낮아졌다. 1㎞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1g에서 121g으로 늘었다.

폴크스바겐 골프는 L당 18㎞가 넘는 높은 연비로 국내 수입차 가운데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 잡았으나 새로 출시된 '유로 6' 모델은 연비가 크게 떨어져 현대차의 i30(1L당 17.3㎞)보다 더 낮아지게 됐다.

푸조도 올 5월에 출시한 유로 6 기준에 맞춘 '푸조 308 1.6 모델' 연비를 L당 16.2㎞로 낮춰 등록했다. 이전 모델의 연비는 L당 18.4㎞였다. 2000㏄급 디젤 엔진을 얹은 BMW 118d도 유로 6 엔진을 새로 적용해 출시하면서 종전 연비인 L당 18.7㎞를 17.4㎞로 내렸다. BMW 관계자는 "엔진 최고 출력이 143마력에서 150마력으로 높아지면서 연비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수입차 연비 하향 조정으로 수입 디젤차보다 연비가 높은 국산차가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한 현대차 '신형 투싼(2.0 디젤)'의 연비는 L당 14.4㎞로 '티구안'(13.1㎞)보다 1.3㎞ 정도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최근 엔진과 변속기 개발에 집중하면서 연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