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구성하는 방법과 경영성과 간의 관계가 과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탐구하는 경영학의 역사에서 소위 '인간 관계(Human Relationship)'라는 것이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1920년 대 말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메이요(G.E.Mayo)는 당시 호손 웍스라는 미국에서 가장 큰 전구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작업 효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의 최종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작업의 성과는 공장의 환경이나 작업 조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 환경이 다소 열악하더라도 작업의 성과는 그리 악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작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근로자들 간의 신뢰와 유대감과 같은 인간적인 것들로 드러났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회사 내에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충분히 크게 만든다면 근로자들 간 사내 의사소통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라고 부른다. 이러한 비공식적 소통을 통해서 개인들은 자기와는 다른 일을 하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런 환경에서 형성되는 인간 관계는 긴밀한 사이 보다는 아마도 느슨한 것일 것이다.
이러한 느슨하지만 다양한 인간 관계가 크게 유용할 수도 있다. 일찍이 그라노베터(M. Granovetter)라는 사회학자는 '긴밀하지만 협소한 관계'보다는 '느슨하지만 다양한 관계'가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는데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공식적 자리에서 발생하는 자유로운 소통과 다양한 생각들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건은 미국 야후(Yahoo)의 최고경영자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가 2012년 취임 직후에 야후의 좋은 근무환경으로 꼽히던 재택근무를 철회한 것이다. 빌 게이츠 등은 시대를 역행하는 판단이라고 비판했으나 마리사 메이어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가 다시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직원들끼리 얼굴을 서로 마주보고 일을 해야만 합니다. 최고의 의사결정이나 혁신은 때때로 회사 복도나 식당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모두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재택근무의 폐지와 더불어 아름답고 편안한 휴게실을 갖춘다면 직원들 사이의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을 크게 촉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유대감이 높은 직원들로 구성된 그룹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과거 메이요 교수의 연구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소통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감의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통의 규모를 키우는 것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내부 직원들 간의 유대감과 소속 기업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관리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적 책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경영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물을 마실 때 만나는 동료들과 잠시 대화하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배려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여기서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착한 소통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조직의 경쟁력은 소통에 있다. 소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에서 비롯된다. 현재 모든 조직의 구성원은 동료, 고객, 공급업체와 서로 교류하면서 개인의 지식과 판단력에 의존해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효율성을 개선하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조직에는 워터쿨러 효과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