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

HDC신라면세점이라는 합작법인을 통해 호텔신라는 과점 논란을,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서로 보완하는 '신의 한 수'란 반응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질적인 조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 오너들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면서 면세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잡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업제휴부터 오너 작품

시내면세점 사업 제휴는 올 3월 초 현대산업개발이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회사 실무진이 타당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4월 말 정몽규 회장과 이부진 사장이 직접 만나 전격적으로 합의를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같은 현대가(家)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닌 호텔신라를 선택하고, 호텔신라는 범(汎)삼성가인 신세계그룹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을 골랐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도 삼성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기업문화가 다르고, 어느 한 곳이 주도하지 않는 합작회사라는 점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합작회사 출범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대한 줄이는 윈윈 모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전격적으로 HDC신라면세점 법인을 설립하고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과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세웠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을 통해 대한민국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또 그것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좋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대규모 투자와 지역 상생으로 승부

HDC신라면세점은 6만5000㎡의 면적에 한류관광과 쇼핑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DF(Duty Free)랜드를 만든다. 도심형 면세점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다.

주차 문제도 대형버스 400여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차장으로 확대 조성하고, 대형버스 전용 진입로를 개설해 서울 시내면세점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했다.

◆용산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제공

또 아이파크몰 이벤트파크에는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류 공연장이 조성되고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한류 전시관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HDC신라면세점은 SM엔터테인먼트와 '한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상생 부분도 중국 최대 여행사와 협조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코레일과는 철도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방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침체된 용산상가로 활성화 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 광폭행보 보인 이부진·정몽규

지난 1일 정몽규 회장과 이부진 사장은 광역· 기초자치단체장과 정계인사, 기업인, 상인 등이 참석했다. 지난 5월 랜드마크 도심형 면세점인을 추구하는 'DF랜드' 비전 발표에 이어 두번째 공식 만남이었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이 직접 참석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여행상품개발 등 관광산업 활성화 비전을 발표했다. 둘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비치지 않는 오너일가다 보니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PT(프레젠테이션)가 진행됐던 9일 서울 시내 면세점 심사가 진행 중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 격려차 방문하기도 했다. PT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지만, 직접 현장을 찾아 끝까지 실무진을 응원한 것이다. 이번에 대기업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 오너중 PT장에 유일하게 찾았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만큼 오너가 회사의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한국 기업 문화의 특징이 있는 만큼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사업계획서에 쓴 내용의 실현 여부, 즉 신뢰가 면세점 심사 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심사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아무래도 오너의 등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