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내 증시가 2% 떨어지는데도 흐름이 괜찮길래 돈을 더 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주식 투자자 정순연씨(33)는 지난 6일 장 마감 시간이 다 될쯤 헬스케어 주식을 추가로 매수했다. 그리스발 악재로 증시가 2% 넘게 빠지는데도 헬스케어 상장지수펀드(ETF)는 약보합세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한지 하루만에 헬스케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헬스케어 ETF도 12% 넘게 내렸다. 정씨는 “어떤 악재가 와도 흔들리지 않길래 추가 매수했는데 그간 수익마저 잃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특별한 이벤트에 헬스케어주가 급락한 것은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많이 오른 제약주와 화장품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좀 나왔는데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로 이어지면서 투매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 헬스케어주 폭락…한미사이언스 시총 3조 사라져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지수는 헬스케어주에 속하는 의약품업종지수였다. 의약품업종지수는 13% 가량 떨어졌다.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유난히 많이 내렸다. 이날 한미사이언스는 전날보다 5만4500원(29.78%) 내린 12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3조원이 날라갔다. 기관이 유난히 많이 팔았다. 이날 기관은 26만주 가량을 순매도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이 많이 올라서 펀드에 편입했다가, 장 초반 하한가를 맞길래 대응 측면에서 좀 덜어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주가가 7만8500원(29.02%) 내린 19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5000억원이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기관투자자의 매도가 많았다. 1만6926주를 순매도했다.

그 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웅제약(069620)이나 유유제약(000220), JW중외제약(001060)의 주가는 17~18% 정도 떨어졌다. 종근당바이오와 한올바이오파마(009420)도 22~23% 가량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메디포스트(078160)바이넥스(053030), 오스코텍(039200)등도 일제히 두자릿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이름 올렸던 바이로메드의 주가는 11.25% 내린 16만5000원, 씨젠(096530)의 주가는 11.26% 내린 4만4150원에 장을 마쳤다.

◆ 기관이 하락 주도…헬스케어주 1000억원 넘게 순매도

헬스케어주가 크게 떨어진 것은 기관투자자들의 투매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에 가장 힘이 실린다. 메리츠종금증권의 한 관계자는 “장 초반에 큰손 투자자들이 화장품주와 제약주에서 차익실현을 하고 빠져나갔다는 말이 돌았다”며 “그러더니 장 중 기관 투자자들 물량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181억원, 유가증권시장에서 1487억원 정도를 순매도했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에서만 기관은 1784억원을 순매도했다. 의약품업종에서는 911억원을 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약업종에서 389억원, 화학업종에서 174억원을 순매도했다. 의약품·제약업종에서만 1000억원 가량을 매도한 셈이다.

헬스케어주가 모두 떨어지는 와중에도 셀트리온(068270)은 이날 3%, 셀트리온제약은 6% 정도 올랐다. 헬스케어 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셀트리온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들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라며 “이날은 기관 투매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셀트리온만 주가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헬스케어주의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매니저들이 많았다. 당분간은 헬스케어주가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쪽으로 답했다. 한 헬스케어펀드 운용역은 “펀드매니저들이 헬스케어주를 많이 덜어냈기 때문에 외국인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물량을 소화해주지 못하면 주가가 갑자기 오르기 어렵다”며 “하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생겨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만큼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진다면 반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헬스케어주와 함께 화장품주도 함께 떨어진 것으로 봐서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그간 많이 오른 종목들의 거품이 빠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표적인 화장품주였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이나 아모레G도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다. 한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는 “화장품주나 제약주나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주가수익배율(PER)이 지나치게 높았다”며 “손바뀜이 일어나고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