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내 대형선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많게는 매출의 90%에 이르는 컨테이너선의 운임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 사태로 유럽노선 사업환경이 더욱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기인 3분기를 맞았다는 점에 고심은 더 크다.

업계에선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 여파가 유럽 시장을 흔들 경우 간신히 거둔 흑자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이미지

가장 큰 문제는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컨테이너선 운임이다. 올해부터 머스크, MSC 등 유럽 대형 선사들이 수송 비용을 절감을 위해 1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대거 투입하면서 지난달 상하이 해운거래소의 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사상 최저치인 556.7달러(1TEU 당)까지 떨어졌다. 올 초만 해도 SCFI는 1000~1200달러 수준을 유지해왔다.

운임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 소식으로 해운업계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유럽 전체 시장에서 그리스의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그리스 디폴트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7~8월은 해운업계 최대 성수기인데 그리스 디폴트 소식이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초대형 선박을 운용하는 유럽 선사들의 파상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매출 감소는 물론 수익성도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적자를 내다가 최근 소폭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821억원을 내 4년만에 흑자전환했고, 현대상선은 지난해 23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지난 1분기 5년만에 42억원의 흑자를 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국내 해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분위기였지만, 유럽 노선 물동량이 감소하고, 운임도 큰 폭 하락하고 있다"며 "이미 유럽 노선의 물동량이 전년대비 줄어든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가 장기화돼 주변국이 영향을 받게 되면 국내 해운업계는 또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