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김태준 아워홈 전 사장(사진)을 우연히 만났을 때 김 전 사장은 기자에게 아워홈의 식품사업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냈다. "CJ제일제당에서 못했던 한식 세계화에 대한 꿈을 아워홈에서 이뤄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두 달 뒤인 6월초 사표를 냈다. 김 전 사장을 최근 다시 만났다. 그는 많이 지쳤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4월에도 많이 지친 상황이었고, 일종에 자기 최면을 위해 그리 말했다”고 했다.

두 달 만에 아워홈에는 무슨 일이 었었던 걸까.

◆ 혼란에 빠진 아워홈

아워홈은 현재 내부적으로 혼란 상태다. 6개월 만에 두 명의 수장이 교체됐다. 경영진의 불화설과 경영권 승계설 등이 난무하면서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지난 1월 이승우 전 사장(사진)이 임기 2년을 남기고 갑작스레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1983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2010년 아워홈 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아워홈이 국내외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전 사장이 물러났던 당시에도 내부에서는 의외라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구지은 부사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아버지 시대의 경영진을 자기 사람을 바꾸기 위한 작업으로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부사장이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해 이승우 전 사장이 물러날 당시 직접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란 말도 있었지만, 오빠인 구본성씨 지분이 가장 많아 당장 대표이사를 맡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구 부사장은 CJ제일제당 출신의 식품 전문가인 김태준 전 사장을 선임했다. 김 전 사장은 선이 굵고 남자다운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품전문가로써 업무 추진 능력은 CJ시절부터 인정을 받아 왔다.

그러나 김 전 사장도 불과 4개월 만에 사표를 내면서 직원들은 또 다시 충격에 빠진 상태다. 현재 아워홈은 이종상 아워홈 급식사업부 상무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종상 대표는 김 전 사장이 물러난 6월 초부터 대표이사 대행직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 대표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잠시 내세운 임시 대표이사에 불과하다. 아워홈관계자는 “이종상 상무는 직무대행일 뿐”이라며 “여전히 새 대표이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 구지은 부사장과 불화설

업계에서는 김태준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표 이유에 대해 구지은 부사장과 불화설에 무게를 뒀다. 언론에서도 구 사장과 스타일이 맞지 않아 김 전 사장이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김 전 사장은 경질설에 상당히 거부감을 나타냈다. 본인이 싫어서 나간 것이 어떻게 경질됐다고 표현 하냐는 것이다.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김 전 사장은 “기본적으로 CJ도 범삼성가(家)로 분류되는 만큼 삼성가와 LG가는 문화 자체가 많이 다르다”며 “기업 문화에 대한 차이가 커서 사표를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지은 부사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자신과 구 부사장은 식품 전문가로써 회사내에서 그나마 말이 통화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사표낼 때 만류한 것도 구 부사장이라고 강조했다.

구 부사장은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과도 결별한 상태다. 당초 김 전 사장이 아워홈으로 이직한 것도 노 전 고문 때문이었다고 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노희영 전 고문

그러나 김 전 사장은 노 전 고문과 구 부사장 사이에 큰 관련이 없었다고 말한다. 노 전 고문은 외식사업과 관련해 브랜드 기획을 위해 잠시 아워홈에 있었을 뿐이란 설명이다. 노 전 고문은 현재 YG엔터테인먼트의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상태다.

김 전 사장은 “아워홈으로 이직하고 본격적으로 경영을 해왔으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사표를 내게 된 것”이라며 “억지로 일을 할 만큼 아쉬운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의 사위다.

◆ 구 부사장과 김태준 사장 불화설 이유는

업계에서는 구 부사장이 그동안 주도해 온 외식사업이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과 관련해 현 경영진과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아워홈의 외식사업은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불과 취임한지 4개월만에 외식사업에서 성과를 이유로 김태준 전 사장이 경질됐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구 부사장과 김 전 사장이 모두 식품전문가로 고집이 상당해 경영상 이견으로 서로 갈라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사표를 낸 지 상당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 임시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을 보면 구 부사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찾지 못한 것”이라며 “아워홈이 최근 돌발적으로 사장이 바뀌는 것을 보면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