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6월초 식자재업체인 아워홈에도 비상이 걸렸다. 직원 한 명이 고열이 나면서 메르스가 의심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곧바로 아워홈 경영진에 보고됐다.

메르스가 음식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식자재업체 특성상 전염병 문제는 회사 영업에 직격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은 바로 격리되고 해당 사업장도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 직원은 감기로 최종 결론났다.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 아워홈의 발 빠른 대처는 구지은 부사장의 리더십 덕분인 것으로 알려진다.

◆ 세심한 성격에 다혈질 기질도

“LG가(家)와 삼성가가 반반 섞인 듯 합니다.”

LG가를 친가, 삼성가를 외가로 둔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의 스타일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유교적인 가풍을 가지고 있는 범LG가의 아워홈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이다. 구지은 부사장의 어머니는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다. LG 가문을 친가, 삼성 가문을 외가로 뒀다.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구지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야트 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경영학을 공부한 만큼 회사 자금·인력 관리에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구 부사장은 아워홈 입사 이후 5000억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을 지난해 1조 3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상태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구 부사장이 범(汎)LG가의 회사인 아워홈을 이끌고 있지만 삼성가에 더 가깝다고 말을 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인정주의’, 그리고 ‘인화’가 하나의 기업문화로 정착돼 뭉근하게 아래서부터 끓어올라 사업을 추진하는 LG가 스타일보다는 리더가 앞장서서 조직을 끌어가는 삼성가 스타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10년간 식품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전문성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문경영인 못지않다”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세심한 성격으로 여성 CEO로서의 면모를 지녔다는 평가다. 세심하지만 오너일가답게 다혈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 부사장의 한 측근은 “경영진 회의에서 구 부사장은 회삿돈이 어디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해당 임직원을 나무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 부사장이 책임자 명단을 급히 찾거나 소비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땐 고참 임원들도 바짝 긴장한다”고 덧붙였다.

◆대외활동 거의 안하는 은둔의 경영자

회사 내에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 부사장의 사생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일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프로필에는 결혼한 것으로 표시된 곳도 있고, 미혼으로 된 곳도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 등 SNS활동도 전무하다. 그 만큼 베일에 감춰졌다.

그의 사진도 회사에서 제공한 프로필 사진이나 2014년 국감장에서 찍힌 사진이 전부다. 외부 노출을 꺼려하는 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싫어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으로 알려진다.

구 부사장이 아직 회사의 얼굴인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형제 간에 후계 구조를 확정 지은 상태가 아닌데 구 부사장이 미리 전면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실질적 후계자 자리 굳혀가나

외식사업부문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구 부사장은 2010년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 아워홈 경영권 승계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이미 자식들에게 아워홈 지분을 모두 넘긴 상태다. 아워홈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38.56%를 보유한 장남 구본성씨다. 그 외 구 부사장(20.67%)을 포함해 구미현(19.28%), 구명진 아워홈 위원(19.60%) 등 자매들이 나눠 갖고 있다. 유일하게 아워홈에서 근무하는 구 회장의 자녀는 구 부사장이 유일하다.

장남인 구본성씨는 회사 경영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워홈 직원들을 아워홈 주주총회때 구본성씨가 잠시 들리는 것을 제외하면서 회사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장녀 구미현씨는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고 있으며, 차녀 명진씨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회장의 부인으로 대외활동을 거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남의 지분이 월등하게 높아 구 부사장이 아워홈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구지은 부사장도 지분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아워홈과 레드앤그린푸드가 합병하면서, 구 부사장의 아워홈 지분은 20.01%에서 20.67%로 소폭 늘었다. 반면 장남 구본성씨의 지분은 40%에서 38.56%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아워홈 자회사인 캘리스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의 외식사업 ‘사보텐’을 물적분할해 세운 회사이다. 구 부사장은 2010년 60억원이 안 됐던 이 회사 매출은 아워홈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14년 488억원으로 커졌다. 구 부사장은 캘리스코 지분 46%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추후 구 부사장이 형제간 지분 정리 과정에서 아워홈 지분 추가 확보시 캘리스코 지분이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