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 한 데다 추경(추가 경정 예산)까지 편성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경제가 살아날 것입니다. 하지만 정책 효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얼어 붙은 내수 경기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수출도 부진한 상황이어서 경제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선일보와 에프앤가이드가 선정한 2014년 이코노미스트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지표가 계속 부진한 상황이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윤 연구원은 예상했다. 그는 "대(對)중국 수출이 증가하며 혜택을 보던 시기는 지났고 아세안(ASEAN·동남아 10개국 연합) 국가에 대한 수출도 잘 안되고 있다"라면서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국내 경제를 평가한다면.
"전반적으로 수출이 부진했다.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갔고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對)중국 수혜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우리나라 지표가 좋아지는 효과가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말이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도 잘 안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아세안 국가에 대한 수출 실적이 괜찮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베트남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 수출이 부진했다.
내수 경기는 3~4월까지는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 주택 거래량도 증가했고 자산시장과 금융시장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구매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어서 서비스업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6월 초에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었고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반기 국내 경제는 어떨까.
"외부 불확실성은 조금 완화될 것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고 중국도 2분기 경제성장률은 7% 아래로 떨어졌지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인프라 투자 승인 건수가 늘어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분기로 가면서 글로벌 경제 여건이 나아질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 경기가 부진한 것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원화 가치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빨리 개선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추경을 편성했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상반기에 비해서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겠지만 속도가 얼마나 빠를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번 기준금리를 낮췄다. 어떻게 평가하나.
"금리를 제 때 인하한 것은 맞다. 경제 주체들의 소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 였다. 그런데 경기 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일단 정부가 앞으로 경기를 적극 부양하겠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줬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투자나 소비가 얼마나 증가할 지 의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 비용이 줄어드니까 투자는 늘고,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낮으니 저축율이 떨어지고 소비 성향이 올라가기를 정부에서는 기대한다.
사실 대기업은 여유자금이 이미 충분히 많지만 투자를 안 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제품 경쟁력이 (대기업에 비해)떨어지는 상황에서 돈을 들여 투자를 더 하기는 쉽지 않다. 운전자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고령화,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다. 단기간에 풀기 힘든 이유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낮춘다고 해서 얼마나 소비가 늘어날지 모르겠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추경을 편성한다고 밝혔는데, 경기 부양 효과 얼마나 있을까.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다만 어디에 돈이 집행되느냐가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이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큰 쪽에 많이 들어갈수록 경기 부양 효과가 클 것이다. "
-올해 경제성장률은 얼마나 될까.
"1월에 3.1%로 예상했었는데 5월에 2.9%로 낮췄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에 이미 2%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한 것이다. 사실 2.9%도 지금 상황에서는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중후반 정도일 것으로 본다."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악재는 무엇일까.
"내수와 수출 모두 안 좋다. 최근 몇 년 간 내수 경기가 부진한 것은 단기적인 사건이 아닌 구조적인 이슈 때문이다. 올해 초 살아나는 듯 했지만 메르스가 덮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수출 부진이다. 작년부터 국내 수출 증가율이 글로벌 교역 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엔화,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금방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것이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우려가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잘해야 3% 초반 수준일 것이다. "
-하반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 줄까.
"이미 5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으로 투자되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실물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5~6월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충격이 일부 반영됐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 튼튼한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줄 수도 있다.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처음에는 흔들렸지만 1~2개월 지나고 나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엔화 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까.
"이 정도면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 같다. 여기서 추가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일본 경제가 하반기에 살아나면 그때부터는 엔화 약세가 부담이 될 것이다. 자국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마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일본은행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할 것이다.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상 흑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줄었다. 엔화 약세 압력이 줄어들 것이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 줄까.
"유럽 국가의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악의 상황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더라도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반기 기업 실적은 어떨까.
"작년까지 3년 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었는데,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본다.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0~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쌍한다. 매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국제유가가 빠져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내년에 글로벌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다. 미국도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 이익도 올해부터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실적이 안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은 잘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제품 경쟁력 하락, 엔화 약세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빠르게 좋아지기가 쉽지 않다."
-하반기 국내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3분기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2100에서 움직이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4분기로 가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이 반영돼 2100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을 ±15%에서 ±30%로 확대하면서 거래대금이 늘었는데 유가증권시장보다는 코스닥시장에 영향을 많이 줄 것이다.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