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이란

통화량(Money in Circulation)은 경제 내의 돈의 양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라는 것이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금, 은, 심지어 구리가 주된 통화였다면, 지금은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계좌에 있는 돈도 통화에 들어간다. 물론 현금과 은행이나 보험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같지는 않다. 현금은 유동성이 높다. 반면 보험의 경우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이 있는 것은 물론 시간도 걸린다. 즉 유동성에 차이가 있다.

또한 현금은 주로 거래에 이용되는 반면 보험이나 적금의 경우는 사실 자산축적이 주된 목적이다. 즉 돈이란 거래의 단위, 거래수단, 자산의 세 속성 중 어떤 것은 거래수단의 성격이 강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통화량도 다양하게 정의된다. M0, M1, M2, L, Lf 등등 M0는 본원통화라고도 하며, 중앙은행이 발행한 주화, 지폐 등이다. M1은 여기에 지급준비금 형태로 중앙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지급준비금과 은행의 결제성 계좌의 돈까지 포함한다.

둘째 2000년대 25에 달했던 통화승수가 18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일까? 통화승수의 정의는 M2/본원통화이다. 통화승수가 하락하였다는 것은 M2 증가율이 본원통화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통화승수가 하락한 것이 문제일까?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정도의 통화승수 하락은 겪었다. 실제로 통화승수 하락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볼 수 있듯이 완화적 통화정책 탓이라고 보여진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후 통화승수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커 보인다.

게다가 통화승수가 불변은 아니다. 금융제도의 변화가 통화승수에 영향을 준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은 은행에만 금융자산을 넣어두지 않는다. 보험, 증권에도 투자를 한다. 그에 따라 자금공급원도 간접에서 직접, 즉 은행에서 채권이나 주식 등으로 바뀌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통화승수는 우리보다 훨씬 낮다. 금융자산이 많기 때문이다.)그러므로 통화승수의 하락을 단순히 자금중개기능의 약화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또한 위의 기사는 통화량과 경제상황을 연결시키고 있다. 즉 통화량이 증가율이 높으면 경제가 좋아지는 증거이고 반대로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높아지면 경기가 악화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혹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통화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아간다.

화폐수량설은 19세기적 발상

이는 우선 경제적 거래가 현금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현금을 많이 갖고 있으면 초과분(초과현금잔고)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경제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19세기에나 통할 이야기다. 현대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은행은 어디로 갔고, 보험이나 증권회사는 이러한 사고에서는 빠져 있다. 은행은 중앙은행이 아니더라도 대출을 통해서 신용을 창조할 수 있다.(게다가 요즘처럼 돈이 많이 남아도는 시기라면 수요가 적당하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둘째, 과거에 비해서 현금사용 비중이 낮아지면서 현금잔고와 경제상황간의 관계가 거의 사라졌으며, 이는 다른 통화량도 마찬가지다.(화폐금융론의 기초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모든 거래가 신용카드로 이루어지는 경제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현금통화량과 경제상황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현금은 어딘가에 쌓여 있을 것이고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른 말로 통화량이 경제 상황의 내생적 변수가 되는 것이다.(Knut Wicksell의 순수화폐경제모형을 참조) 여기에 금융이 단순히 경제적 거래를 매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축적의 역할도 한다면 경제상황과 통화량의 관계는 더욱 약해질 것이다.(케인즈의 유동성 선호설이 여기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은 이자율을 정책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통화량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통화량은 단순한 정보변수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량을 거론하는 것은 국어점수만 신경 쓰는 애한테 야 너 국어가 아니라 영어점수에 신경을 써야되나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어만 잘하면 대학가는 데 말이다.

◆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ungtai.chung?fref=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