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기자로 이달초부터 조선비즈에서 일하게 된 박정엽입니다. 저는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야당을 출입하며 취재해 정치 기사를 썼습니다. 그 사이 눈이 많이 나빠졌고 배가 많이 나왔고, SNS 사용이 늘었습니다.

정치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정제해서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가끔 잡담을 하고 싶어도 당파간 이해관계가 분명하고 그 사이에 오가는 말의 미묘함 때문에 SNS 상에서는 말을 아끼게 됐습니다. 대신 보기만 할 수는 없으니 출퇴근 길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찍는 일상 사진을 주로 올립니다.

펜기자가 취미로 찍는 사진이니 수준은 일천합니다. 다만 늦게 배운 취미라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배운 교훈은 ‘줌렌즈는 무겁고 크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줌렌즈는 광각렌즈 기능과 망원렌즈의 기능을 아울러서 편리합니다. 이국적인 거리를 한눈에 들어오게 압축하고, 멀리 날아가는 새의 역동적인 날개짓도 큼직하게 잡아내니까요.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꼭 줌렌즈를 가지고 다니지요.

그런데 출퇴근길에 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은 번거롭습니다. 크기가 성인 남성 팔뚝만해서 가방에도 잘 안들어가고 무게도 427g에 육박해 노트북까지 들어있는 가방을 더 무겁게 합니다. 정작 사진 찍을 만한 흥미로운 일들을 만나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다가 상황이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반면 줌기능이 없는 표준단렌즈는 작고 가볍습니다. 줌렌즈의 절반이 안되는 154g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표준단렌즈로 사진을 찍으려면 더 많이 움직이고 사물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사실 동물 사진을 찍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달아나버리니까요.

대신 어깨에 가볍게 걸고 다니다가 바로 꺼내들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찍기에는 좋습니다. 노점 좌판 앞에서 졸고 있는 상인, 할머니와 함께 떡복이를 기다리다 저와 눈이 마주친 꼬마, 절 구경와서 사진찍는 스님들. 이런 일들은 순식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언제든 찍을 수 있게 카메라를 준비해둬야 합니다. 표준단렌즈가 제격입니다.

당분간 줌렌즈보다 표준렌즈 같은 마음으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거창하게 벼르다가 시의성을 잃기 보다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제때 포착해서 풀어주는 가볍고 빠른 기자가 되겠습니다.

지난 10일 팀 회식 가는 길에 마포구 아현동에서 할머니와 함께 떡볶이를 기다리던 꼬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