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가 로봇도 만들어?'
지난 18일 일본발(發) 외신 사진 한 장은 애플 아이폰의 제조 대행사로 유명한 '폭스콘'에 대한 선입관을 흔들어 놓았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감정 인식 로봇 '페퍼'를 가운데 두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그룹 회장, 그리고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폭스콘 회장이 어깨를 맞댄 사진이었다.
손정의 회장은 이날 "페퍼의 세계 진출을 위해 3사가 협력할 것이며 페퍼의 생산은 폭스콘이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궈타이밍 회장도 "로봇은 폭스콘이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점 분야"라고 화답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아이폰을 조립해 애플에 납품하는 회사로만 알았던 폭스콘이 '휴머노이드 메이커'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폭스콘은 이제 '애플의 하도급 업체'로만 규정하기 힘들 만큼, IT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아이폰에서 로봇까지… 궈타이밍의 야망
폭풍 같은 변신의 원동력은 창업주 궈타이밍의 야심이다. 대만해양기술학원 출신인 궈타이밍은 1974년 24세 나이에 직원 10명으로 '훙하이 플라스틱'을 창업했다. 현재는 중국 내 13개 공장 등 전 세계 20개 생산 기지와 종업원 100만명을 거느린 훙하이(鴻海)정밀공업 그룹으로 키웠다. 폭스콘은 훙하이 그룹의 IT(정보 기술) 기기 위탁 생산 분야 자회사이자 브랜드다.
궈타이밍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 진출을 꺼리던 1988년 과감하게 광둥성 선전에 폭스콘 공장을 지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전 세계 주요 IT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특히 2007년 아이폰의 첫 모델부터 최신 아이폰6까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애플 아이폰의 대부분을 만들어왔다. 덕분에 궈타이밍은 세계 최대 IT기기 위탁 생산 업체의 오너이자, 대만 최고의 갑부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제 폭스콘을 '하이테크' 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그 속도와 범위는 가히 구글을 연상케 할 정도다. 폭스콘은 독자 브랜드의 스마트폰만 만들지 않을 뿐 전기차용 터치스크린부터 로봇, 컴퓨터 서버까지 안 만드는 제품이 없을 정도다.
중국에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며 클라우드(온라인 저장)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대만 이동통신 사업에도 진출했다. 또 인도의 전자상거래 기업 스냅딜에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SK그룹의 IT 부문 계열사인 SK C&C 지분 5%를 인수, 한국에도 투자의 손길을 뻗쳤다.
자동차 분야에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협력을 맺었고,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스마트카 개발에 나섰다. 2013년 3000만달러를 들여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구성했고, 로봇공학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카네기멜런 대학과 공동 연구를 위해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하도급을 넘어 IT 제국을 꿈꾼다
궈타이밍은 "우리는 단지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다. 네트워크와 빅데이터까지 갖췄다. 폭스콘은 '정보 기술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세상의 모든 기기를 만들고, 그 모든 기기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IT 제국'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폭스콘이 변신을 택한 것은 중국 내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폭스콘의 대만 내 경쟁 업체들로 하도급 업체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서 궈타이밍은 각 분야 원도급 업체의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힌 기술력을 믿고 사업 다각화를 택한 것이다. 일례로 로봇 분야만 해도 폭스콘은 IBM과 혼다 등에 이어 미국 특허 보유 4대 기업에 들 정도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1950년생인 궈타이밍은 거침없는 언행과 행동,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2008년 자신보다 24세 어린 무용가와 재혼했다. 당시 결혼식장에서 턱시도 상의를 벗어던진 뒤 하객들 앞에서 푸시업 30개를 해보이며 정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예순넷이던 지난해엔 딸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매년 30% 이상의 실적 향상을 요구하면서도 사재를 털어 보너스를 주고 자신은 매년 연봉 1대만달러(약 36원)만 받는 양면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