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3일 현대차 중국 충칭 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내 다섯번째 생산거점인 충칭(重慶) 공장의 첫 삽을 뜨고 중국 대륙 공략을 위한 생산지도를 완성했다. 연 30만대 규모의 충칭 공장과 올 4월 기공식을 가진 허베이성 창저우 4공장까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18년 총 270만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폴크스바겐, GM과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23일 중국 충칭시 량장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에서 정의선 부회장, 충칭시 쑨정차이(孫政才) 서기, 김장수 주중 대사, 황치판(黄奇帆) 충칭시장 등 6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충칭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충칭공장은 187만㎡(약 56만5675평)의 부지에 29만3000㎡(약 8만8630평) 규모로 건설된다.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과 엔진까지 갖춘 종합 공장으로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공동으로 10억달러를 투자, 2017년 상반기 중국 전략차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순차적으로 양산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 중서부 지역의 경제 중심지로서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충칭시에 신공장을 설립하게 됐다”며 “서부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 중국의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칭시는 인구 3000만명, 면적 8만2000㎢(우리나라의 83%)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시이자 중국 중서부의 직할시로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개발 전략 ‘창장 경제벨트’의 거점이다. 중부 내륙 도시화 프로젝트인 창장 경제벨트가 완성되면 상하이를 비롯한 동부 연해지역과 함께 인구 6억명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충칭에는 상하이GM오릉, 창안포드, 창안스즈끼 등 완성차 회사들이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내년에 승용차 판매가 2000만대를 돌파하고, 현대차 충칭, 허베이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8년에는 지난해보다 37% 성장한 2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완성차 관세가 22.5%에 달하는 중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중국 1위인 폴크스바겐은 2018년까지 500만대 생산을 목표로 182억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며, GM은 2017년까지 생산능력을 290만대로 늘리기 위해 120억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비해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차종 다양화, 고객 밀착관리, 친환경차 시장 진출 등 4대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인 소형 SUV와 소형 세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판매 라인업을 구축한다.

단위: 만대

현대차그룹은 매년 중국 시장에 특화된 신차를 4~5종 투입하고,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소형차와 소형 SUV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1700개 딜러를 내년까지 2000개로 확대하고 도시별 고객 성향과 선호 차종을 분석, 맞춤형 판매 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또한 딜러와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표준화하며 내년 초부터 디지털 쇼룸 운영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 고객 관리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연비 규제와 친환경차 지원 정책에 발맞춰 올 연말 베이징현대의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의 라인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올 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승용세단 수요가 3.8% 감소하고, 저가형 SUV는 112% 증가하면서 현지 회사들이 선전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치폭스바겐, 상하이GM, 둥펑 닛산 등의 실적이 5~10% 감소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략 소형 SUV ix25, KX3와 랑동(국내명 아반떼), K3 등의 판매호조로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1.4%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위와 11위였던 창안기차와 창청기차는 판매량이 각각 62.9%와 36.2% 증가하며 순위가 7위와 8위로 상승했다. 폭스바겐과 GM이 올해 초 일부 차종에 대해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0% 이상의 공장 가동률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춘 만큼 무리한 가격 인하 대신 장기 투자와 적기 신차 출시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 고속 성장시대와는 전혀 다른 중국 시장의 거센 변화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로컬업체들의 약진 등 현실을 직시하고 4대 전략 강화로 중국시장의 변화를 앞서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공장 건설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제2의 성공신화를 써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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