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문을 연 충남 천안의 '천안 불당 지웰시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전용면적 99㎡, 112㎡ 아파트는 안방에 딸린 욕실에 욕조가 설치돼 있다. 보통 욕실 2개를 제공하는 아파트는 거실에 있는 욕실에 욕조를 두고, 안방 욕실엔 간단한 샤워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아파트를 분양하는 신영의 정창식 분양팀장은 "천안에선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는 안방에 욕조를 설치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며 "7~8년 전쯤 반신욕이 크게 유행하면서 아파트 욕실 배치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안방에 욕조, 남향 대신 북향 등 파격
아파트 분양 시장에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새 설계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 지역의 주민들의 선호도와 아파트 단지 입지 조건에 따라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설계'이다. 햇볕이 잘 드는 '남향' 대신 거실을 북쪽에 배치하거나 '복고(復古) 스타일'로 꾸민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이다.
아파트 시장에선 '조망권'과 '향(向)'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 수요자는 채광(採光)이 잘 되는 '남향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고, 강·호수 등 주변 자연경관이 잘 보이는 집은 '웃돈'이 붙는다. 그러나 남향 선호나 조망권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올 3월 GS건설이 경기도 미사강변도시에 분양한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한강을 잘 볼 수 있도록 전용 102㎡ 40가구를 북향으로 배치했다. 대우건설이 작년 5월 분양한 '미사강변2차푸르지오'도 전용 101㎡ 38가구의 거실을 북쪽으로 향하도록 설계했다. 한강 조망권을 위해 '거실=남향'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미사강변2차푸르지오 청약 결과 북향 거실 가구는 1순위로 마감됐고, 현재 분양권에 3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춘천에 공급한 '온의롯데캐슬 스카이클래스'는 공지천 조망권을 위해 일부 가구를 '북향'으로 배치했다가 '남향이 아니다'는 이유로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겨울이 긴 강원도에선 난방과 단열 등의 이유로 볕이 잘 드는 남향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신유행보다 지역특성 더 중요"
최근에 짓는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인 '알파룸'이나 식료품 저장 공간인 '팬트리' 등 주부들이 선호하는 수납공간을 확보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정반대를 선택했다. 이달 충남 보령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보령'은 일부 주택형에 알파룸과 팬트리를 없애고 방과 거실을 널찍하게 구성한 '고전적'인 평면 설계를 채택했다. 강대철 분양소장은 "보령 주민들은 시원한 개방감을 선호하고 방이 오밀조밀하면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계를 적용한 84A타입(122가구)은 2.45대1의 경쟁률로 전체 677가구 단지에서 유일하게 1순위로 청약이 마감됐다.
대우건설이 이달 경남 거제 문동동에 공급한 '거제센트럴푸르지오'는 거꾸로 지상 주차장을 도입했다. 수도권에서는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가 유행하지만, 거제 지역에선 지상 주차장을 선호하는 수요가 적잖기 때문이다. 총 1164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전체 주차 공간(1345대)의 약 11%인 150대를 지상 주차장으로 제공했다. 최승일 분양소장은 "지하 주차장의 답답한 공기가 싫다는 주민들이 많은 데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아 주민들이 지상 주차장을 선호한다"며 "최신 유행보다 지역 특수성을 더 중시한 게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