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번, 조선왕조 600년의 상징 광화문에서 빨강, 파랑, 녹색이 어우러진 깃발이 나부끼고 조선 초기 복장을 입은 이들이 하나둘 열을 지어 걸음을 옮긴다. 태평소의 가느다랗지만 힘있는 선율에 맞춰 북과 운라가 리듬을 맞춘다. 이에 맞춰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을 지키는 수문장 교대식이 시작된다.

사직터널을 지나 정부종합청사를 거쳐 안국동으로 향하다 고개를 들면 빌딩 숲 속에서 광화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하 MS) 한국 지사 간판이 시선을 잡는다. 더K트윈타워라는 본래 이름보다 ‘MS 빌딩'이라고 더 잘 알려진 이유다.

한국 MS는 지난 2013년 11월, 18년 동안 터잡고 있던 강남구 대치동을 떠나 광화문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한국 MS는 더K트윈타워에서 경복궁과 청와대, 북악산과 인왕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A동 11층부터 16층에 입주했다. 한국 MS는 20여개 입주사 중 가장 많은 공간을 사용한다. 이 건물 로얄층에서 일하는 한국 MS직원들은 취타대의 연주 아래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광화문 앞을 지키고 있는 해태와 경복궁・청와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더K트윈타워에 입주해있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IT 업체가 강북, 그것도 우리나라의 중심 광화문에 자리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구글・페이스북・애플 사무실은 강남에 IBM과 HP는 여의도에 있다. 국내 대다수의 IT기업들은 강남 혹은 판교에 있다.

MS가 광화문으로 이전한 것은 2013년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 도입을 앞두고 사옥 이전을 준비하던 중 서울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컸다. 또한 글로벌 기업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신축 빌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싶어하던 건물주의 요구가 일치해 이뤄진 결과다.

MS는 창립자 빌 게이츠로 더 유명한 회사다. ‘세계 최대 갑부’라는 수식어가 붙는 빌 게이츠는 MS 설립 이후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3년 연속, 그리고 2009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1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 MS를 떠난 이후에는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MS의 인지도도 높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6월 조사한 ‘인터넷 이용환경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PC 운영체제 점유율은 MS의 ‘윈도우'가 98.57%를 차지한다. 10명 중 9명 이상이 MS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

더K트윈타워의 임대 사업을 대행하는 CBRE 관계자는 한국 MS 유치에 대해 “건물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네임밸류가 있는 임차인을 입주시키는 것이 관건이라 당시 이전을 준비하고 있던 MS를 공략했다"라며 “더K트윈타워라는 이름은 몰라도 된다. MS빌딩이라고 알려지는 것만으로 건물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K트윈타워 A동 11층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인왕산과 북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 MS 입주 이후 광화문 대로변에서 잘 보이는 A동 건물에 설치돼 있던 ‘더K트윈타워’ 간판은 동쪽 건물인 B동으로 이동했다. 현재 A동 건물에는 한국 MS 간판이 달려있다. CBRE 관계자는 “한 빌딩당 1개 임차인의 간판만 달 수 있다는 법에 따라 가장 많은 층을 쓰는 주요 입주자인 한국 MS 간판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더K트윈타워는 교직원공제회 등이 출자해 지난 2012년 4월, 연면적 8만3819㎡에 지하 6층・지상 16층 규모의 2개동 건물로 지었다. 이후 2014년 6월 글로벌 투자회사 콜버스 그래비스 로버츠(KKR)와 홍콩 소재 투자회사 ‘림 어드바이저스’가 건물을 인수했다.

위치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19번지, 조선시대 국립중등교육기관으로 유생 교육을 맡았던 4부 학당 중 하나인 중부학당이 있던 자리다. 더K트윈타워에선 경복궁과 청와대, 북악산과 인왕산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근거리에 있는 트윈트리타워, 이마빌딩 등에선 시야가 가려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건물에서 내려다보이는 경복궁과 청와대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우리나라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정치의 중심이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 세종로에는 조선시대 행정부인 육조를 이어 정부종합청사, 외교부, 서울경찰청, 종로구청 등 행정기구가 빼곡하다.

우리나라 과거와 현재의 중심 공간에 글로벌 IT기업의 대명사 MS가 들어온 것이다. 한국 MS 관계자는 “사무실 이전을 준비할 당시 광화문이 서울의 중심이자 경복궁이 한 눈에 보이는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며 “그 동안 수천여 개의 국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기적 협력을 맺으며 상생해온 한국 MS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더K트윈타워는 종로구 중학동 19번지에 있다.

한국 MS가 입주해 있다는 이유로 더K트윈타워를 선택한 입주사도 있다. 더K트윈타워 A동에 입주한 TMF코리아 관계자는 “광화문 지역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찾던 중 MS가 입주해 있어 지명도를 갖고 있는 더K트윈타워를 선택하게 됐다”며 “건물에 대한 지명도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위치를 설명하기에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업체들은 의뢰인이나 본사 직원들을 고려해 입주하기도 한다. 글로벌 주차관리업체 윌슨파킹코리아 김용성 인사팀장은 “2~3개월에 한번씩 호주에 있는 본사 직원들이 광화문 사옥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전통을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에 대해 아주 흥미롭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