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숨어 있는 욕구까지 알아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인 비서 서비스가 스마트폰 사용자의 욕구까지 파악해 척척 해결해주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일정·동선을 읽어내 스케줄 관리와 메일 확인, 티켓 예약 같은 일상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기능이다. 구글애플, MS 등 글로벌 IT 업계 거인들의 경쟁도 이 분야로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경쟁이 한계에 달한 시점에서, 개인 비서 기능은 스마트폰 사용자와 앱 세상을 이어주는 '문고리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주 전세계개발자회의에서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된 '시리'를 내놓았다. 시리는 애플이 2011년 10월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음성 인식 서비스였다. 문답을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준다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정작 알아듣는 말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애플은 '말귀'가 트인 새로운 모습의 시리를 들고 나왔다. 음성 인식의 선발주자로서 애플이 축적해온 방대한 음성 데이터 베이스 덕분에 시리는 사용자가 하는 농담도 받아줄 정도가 됐다.

특히 애플은 음성으로 정보를 문의하면 이를 검색엔진과 연계해 바로 원하는 정보를 제시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찍은 사진'을 말하면 해당 사진을 바로 제시하는 식이었다. 단순히 검색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검색 결과와 관련된 사진앱까지 실행시켜 보여주는 진일보한 기술이었다.

그 열흘 전에는 구글이 한층 기능이 강화된 '구글 나우'를 공개했다. 구글 나우는 시리가 지닌 음성 인식 기능에 더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검색 패턴, 위치 정보, 입력된 일정 등을 읽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이 장점.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일 오후에 산책을 하는 사람이라면, 산책 시간에 맞춰 음악 감상을 제안하며 음악앱을 띄워주는 식이다. 구글은 이번에 '구글 온탭'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예컨대 뉴스 앱으로 뉴스를 보다가 홈 버튼을 길게 누르면 기사 속 레스토랑 관련 정보가 뜨고, 예약 가능한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식의 신기능이다.

MS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새 OS '윈도 10'에 음성 인식 개인 비서인 '코타나'를 장착하기로 해다.

애플, 구글, MS 3사는 개인 비서 기능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해 '딥 링킹(deep linking)'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모두가 연결된 돼 있는 웹 생태계와 달리 스마트폰 앱들은 하나의 섬처럼 제각각 독립된 상태다. 모바일 개인 비서가 메일을 확인하고 일정을 읽고 검색을 하려면, 각 앱이 지닌 정보를 읽고 그때그때 필요한 앱을 호출·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도록 독립적인 앱들을 연결시키는 기술이 딥 링킹이다.

IT 업계의 세 거인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개인 비서 서비스 강화 및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개인 비서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욕구를 좀 더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를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연구센터 원성재 실장은 "비서 기능을 하려면 검색엔진과 메일 앱, 지도 앱, 전화번호부 앱과 다이어리 앱 등이 필수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며 "구글 개인 비서를 쓰는 사람은 지메일 같은 구글 앱을, 애플 비서를 쓰는 사용자는 아무래도 애플 앱들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비서 기능의 더 무서운 파워는 바로 '문고리 권력'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시리, 택시 한 대 불러줘!"라고 주문했을 때, 우버 앱을 사용할지 카카오택시를 부를지는 순전히 개인 비서 서비스의 선택이다. 개인 비서의 호출을 받지 못하는 앱들은 잊히고, 지속적으로 불려나오는 앱들은 매출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가히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