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 합병제안을 했다가 퇴짜를 맞은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플랜B(차선책)'를 검토하면서 다른 합병 대상을 찾고 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회사들이 힘을 합치면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제안을 받는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문데다 현재 지배구조상 주주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르치오네 CEO는 GM의 주주를 설득하는 동시에 푸조·시트로엥을 합병이 가능한 물망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병을 추진하는 목적이 덩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면 푸조·시트로엥은 글로벌 판매대수가 290만대(2014년 기준)에 불과,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손을 잡아줄 상대는 어디에 있는걸까.
◆ GM 대신할 파트너 있나…도요타·포드 "합병 관심 없어"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에 이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GM에 구애의 손길을 뻗은 것은 1000만대에 가까운 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고, 사업적 시너지효과를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GM은 공식적으로 합병제안을 거절했고, 포드 역시 공개적으로 관심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도요타의 북미 CEO인 짐 렌츠 역시 이번달 미국 미시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폴크스바겐과의 연대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블룸버그는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폴크스바겐과 합치기 위해서는 현재의 오너인 아넬리가 주식을 팔 계획이 없다는 장애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측이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도 부정적이다.
푸조시트로엥의 경우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판매의 60%가 유럽에 집중되고 있는데다 GM이나 폴크스바겐만큼 대형 회사가 아니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 현대차·혼다 독자노선 구축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도 이미 확고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산업 컨설턴트인 마얀 켈러는 "혼다와 현대차는 (합병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독자노선을 선호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미 한국의 기아차와 1990년대부터 오랜 기간 연대를 유지해왔다. 일본 스즈끼의 경우 폴크스바겐이 1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지분관계를 해소하지 않는한 다른 회사와의 연대는 불가능한 상태다.
반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아직 마르치오네 CEO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와의 합병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중국이나 신흥 시장에서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 않다"면서 "GM이랑 합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는 앞으로의 구도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