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옵티스 대표가 17일 수원시 영통구 옵티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팬택 인수계획과 포부를 얘기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사물인터넷(IoT) 분야를 공략해 팬택을 한국판 샤오미로 만들겠다”

팬택 인수에 나선 이주형 옵티스 대표이사가 팬택 회생 계획을 공개했다. 조선비즈는 이주형 옵티스 대표를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옵티스 본사에서 만나 팬택 인수합병(M&A) 참여에 대한 과정과 계획을 들어봤다.

이 대표는 “팬택이 어려워진 이유는 국내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덩치(자금력) 다른 회사와 경쟁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과 경쟁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목표로 삼고, 판매방식 역시 온라인 등 중국 샤오미와 같은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파산부는 팬택과 옵티스 컨소시엄 간 인수합병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허가했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오늘(17일)부터 팬택 실사를 시작해 다음달 17일 최종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팬택 김포공장과 전국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제외한 기술 인력과 특허권을 약 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아직 인수금액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약 400억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실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팬택이 부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옵티스는 광드라이브디스크(ODD),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이어폰·스피커, 초소형(피코) 프로젝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996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 수준이다.

이 대표는 이날 팬택 인수에 대해 구체적 배경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팬택 인수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개발·출시를 통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 차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옵티스 본사를 방문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년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인 로드맵을 구상 중인 상태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정부와 많은 협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생산라인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팬택을 인수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현지 판매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와 같은 든든한 판매처가 있다면 팬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옵티스 컨소시엄에는 재무적투자자로 미국계 투자사 EMP인프라아시아주식회사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EMP인프라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한국 내 투자처를 찾다가 팬택의 가능성을 보고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이날 오전 실사단 구성을 모두 완료한 뒤 오후부터는 실사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사단은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을 찾아 이준우 대표와 채권단 등과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미 팬택이 법정관리 상태였기 때문에 내부적인 법적, 절차적 문제는 잘 정리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인수를 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실사작업은 사업전략을 새로 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어제(16일) 오전까지만 해도 법원이 인수를 허가해주지 않았지만 끝까지 설득한 끝에 오전 11시쯤 법원이 큰 결정을 해줬다”며 “아직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인수를 하게 된다면 새로운 비전으로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팬택 직원들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