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이 현대증권의 수장으로 여의도에 복귀한다. 지난해 7월 대우증권 사장에서 물러난 후 1년여만의 현업 복귀다.
현대증권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앞두고 오릭스PE 측이 김 전 사장 내정 사실을 밝혔다. 오릭스PE는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장 후보를 몰색해오다 16일 김 전 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날 밤 만난 김 전 사장은 정식 선임 전에 언론에 내정 사실이 공개가 됐고, 이곳 저곳에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식 선임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증권헝가리법인장과 런던법인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다음은 김 사장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여의도에서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완전히 떠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지금도 대우증권 고문으로 있다. IFC 건물에 대우증권 관련 사무실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서 왔다갔다 했다. 사무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엔 공덕쪽에도 좀 있었다."
-1년여 만에 현업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업에서 떠나 있다가 돌아온 것은 맞다. 화려한 것은 아니다. 아직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 체결도 안됐고, 사장 선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릭스PE로부터 최종 내정됐다는 연락을 오늘 받았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나.
"올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1학기 강의를 맡았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서 3시간씩 강의했다. 강의 내용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것인데,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강의를 준비 하면서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던 시간인 것 같다. 강의를 하려니 머리 속에서 생각이 정리가 죽 되더라. 강의를 위해 유럽 그렉시트 문제, 미국 금리 인상 등 최신 이슈들도 꼼꼼히 챙겨서 확인했다."
-여행도 했다고 들었다.
"유럽, 중국, 일본, 미국 등 여러 곳을 여행했다. 강의 중이다 보니 오래 나가 있을 수 없어서 짧게 짧게 여러군데 다녔다. 글로벌 자본시장 탐색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시간이 언제 또 오겠냐는 생각으로 여행했다. 헝가리, 런던법인장 이후로 유럽은 거의 20년 만에 다녀온 것 같다. 중간에 비즈니스로 잠깐씩 다녀온 적은 있다."
-현대증권 인수단 구성하면 다시 바빠지겠다.
"다시 바빠질 것 같다. 다만 나도 오늘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인수단 구성 일정이나 언제부터 출근하게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직 향후 계획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공동대표 체제로 간다던지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주식 매매 계약 이후에 차차 윤곽이 나오지 않겠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가 남았는데.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는 금융당국에서 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우리가 해외 진출하는 것 못지 않게 해외 자본과 인력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운동을 할때도 안쪽 근육과 바깥쪽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야 유연성이 생기지 않나. 해외진출 못지 않게 한국 시장의 글로벌화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는 개념이 아니라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화 되면 자연히 글로벌 진출이 되는 것이다. 뛰어난 외국 인력이 들어와서 경쟁하다 보면 국내 플레이어들의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어디가 좋다고 보나.
"미국이 좋을 것 같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경제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양적완화로 부스팅을 많이 했고,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데서 또 계속 풀고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 물론 미국 경제도 완전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표를 보면 고용률이 회복되고 있긴 한데, 내수 진작으로 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미국에서 고소득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고용 회복되는 부분은 일용직 등 대부분 저소득층 일자리다. 그래서 내수 소비가 강하게 회복 되지 않는 것이다. 통화 정책 외에도 내수 소비 진작 정책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쪽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다. 이번에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이 1% 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0.8% 수준인데, 선진국이 1% 대면 대단한 것이다.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니까 기업들이 정부를 믿게된 것 같다. 아베노믹스가 계속 되면서 이제는 기업들도 투자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했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런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소비세는 제품 가격에 포함되는 간접세이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자연히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가격이 올라도 계속 판매가 되는 기업 제품만 살아 남는다.
또 주목해야할 것이 일본 기업들이 마진율을 최대한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수출이 어렵더라도 마진율을 줄이진 않았다. 대신 수출 물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상황에도 마진율을 유지했고,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 등으로 상황이 좋아지자 기업들이 여력이 생겼다. 마진을 조금만 줄여도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알앤디 투자도 마찬가지다. 추가로 마케팅 여력까지 생겨 브랜드 이미지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영국 축구팀 첼시의 스폰서 계약이다. 삼성이 후원했던 팀인데 올해 초 스폰서 계약이 최근 끝났다. 그런데 새로운 스폰서인 요코하마 타이어(러버)가 5년간 후원하는 금액이 과거 삼성이 10년간 후원한 것보다 많다. 요코하마가 삼성보다 매출액이 큰 회사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물론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면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등 수출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수출을 계속 잘해왔다. 그런데 이것은 마진율을 계속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 기업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진을 줄였지만, 대신 판매량이 늘어 전체 수출액은 계속 증가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깔닥 고개에 이르렀다.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디레귤레이션(규제완화)가 중요해졌다. 금융업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많은 축에 속한다. 이민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 했지만 정부 재정정책 등 적극적인 부스팅이 돼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법인세도 낮추고, 환율 정책도 고려해서 퍼스트 티어(1위 업체군)들이 강하게 끌어줄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보면 세컨 티어(2위 업체군)들은 제대로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국가들과 다소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한참 부스트업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한 발 늦게 움직인 모양새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까지 터져서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난감할 것이다.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국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릭스에 인수되면 현대증권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나.
"많은 분들이 외국계 자본이 인수하니까 글로벌 진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식으로 선임된 후 회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 봐야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가늠할 수 있다. 지금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 한다면 현대증권 직원들은 무조건 그쪽으로 생각할 것 아니냐. 바깥에 있는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 현업에 계신 분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