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갭 플라즈몬 안테나.

카이스트(KAIST)는 물리학과 김명기, 이용희 교수팀이 빛을 수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만한 공간에 모을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안테나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빛을 모을 때는 볼록 렌즈 같은 장치를 이용한다. 나노 영역의 아주 작은 면적에 빛을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영역이라 회절 현상이 일어나면서 빛이 잘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빛을 아주 작은 수준까지 모을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정보통신과 데이터 저장, 영상 의학, 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금속 표면에서 빛이 강하게 가둬지는 플라즈모닉이라는 현상을 이용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방식은 2차원 방향으로는 빛을 작게 모을 수 있지만, 나머지 한쪽 면에서는 빛이 퍼져 3차원 영역에서 빛을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빛을 3차원 공간으로 모아야 빛의 밀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연구진은 ‘집속 이온빔 근접 식각’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3차원 구조의 4nm급 안테나(빛을 모을 장치)를 만들었다. 집속 이온빔 근접 식각 기술은 이온빔을 강하게 모아 물질을 깎는 기술과 이온빔과 가까운 영역의 높은 해상도를 동시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름은 ‘3차원 갭-플라즈몬 안테나’다.

이 안테나는 3차원 형태의 공기구멍을 가진 형태로, 공기구멍 간격이 nm 수준까지 조금씩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모인 빛의 세기는 처음 쏘았을 때보다 40만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데이터 통신과 정보 처리 속도를 테라헤르츠(초당 1조번) 수준으로 높이고, 하드디스크의 면적당 용량을 현재의 100배 수준으로 늘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 현미경을 쓰지 않고 직접 빛을 이용해 분자 이하 크기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추출할 수도 있고, 반도체 공정을 수 nm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쓰일 수 있다.

김명기 교수는 “간단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2차원 안테나 중심 연구를 3차원 공간으로 확대시켰다”면서 “이 기술이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나노 분야 권위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