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제품군을 확대한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등 서남아시아에서 거둔 의미있는 성과를 토대로 확장에 나선 것. 타이젠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만든 OS다.
하드웨어 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개발자대회를 열고,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의 지원사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자신감 얻은 타이젠…영토확장 나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첫 타이젠 스마트폰 Z1을 인도에 출시했다. Z1은 현지에서 5700루피(약 9만원)의 가격으로, 출시 첫달에 10만대를 팔았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Z1 판매량이 지난달 5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월10만대씩 팔린 셈이다. 1000만대 단위로 판매 기록을 올리는 주력 기종 갤럭시S6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제조사들의 6개월치 판매량에 비해도 대등한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Z1이 올 1분기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라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서남아시아 시장의 성과를 토대로 타이젠 제품군을 늘리기로 했다. Z1보다 성능을 개선한 Z2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Z3를 연내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 제품 모두 5인치 미만대 크기로, 중저가 제품군의 사양을 갖출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맞춰 콘텐츠 수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IT전문매체 삼모바일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인기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타이젠에 최적화된 '네이티브 앱'으로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글로벌 모델 출시를 앞두고 타이젠 앱 장터를 더 많은 국가에 개방하는 것은 물론, 중국 선전과 인도 벵갈룰루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연다. 세계 시장 80%를 점한 안드로이드 성공의 배경에는 개발자들의 공로가 있었다. 안드로이드만을 위한 앱들을 개발하면서,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꾸릴 수 있었다. 타이젠에게도 최대한 많은 개발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 타이젠 성공 절실한 삼성전자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LG전자(066570), 중국 화웨이 등 제조사들에 점유율을 많이 내줬다.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4.5%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포인트 내렸다. 같은기간 LG전자와 화웨이는 미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두배 가까이 늘렸다. 저가 시장에서 가격 인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결과다. 이밖에도 ZTE나 TCL-알카텔 등 중국 제조사들이 선불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삼성전자가 수익 악화를 감수하고 수억달러 규모의 마케팅비를 쓰게 만드는 원인이다.
제조사들의 이런 제살깎기는 안드로이드 왕국의 주인인 구글에게 호재다. 안드로이드를 쓰는 이용자들이 많아질수록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기 이용자들에게 보여지는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하는 각 서비스들마다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제조사들의 출혈경쟁을 막는 방법으로는 구글이 제조사들과 수수료 등 수익을 일정 부분 나누는 것이 꼽히지만, 현실 가능성이 없다.
삼성전자에게 타이젠은 이런 구글 종속을 탈피할 발판이다. 자체적으로 모바일 광고와 앱 장터를 운영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근거는 구글 앱 장터가 장악하지 못한 중국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2조원 규모의 중국 앱 장터 시장은 자국 업체인 바이두, 텐센트, 치후 360이 나눠 갖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에서 개발된 앱이 타이젠에 호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