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지음|김영사|360쪽|1만7000원

"하늘을 향해 나를 듯 치켜 올라간 지붕의 처마 곡선은 아름답고, 이야깃거리가 많아 보이는 단청은 은은하면서 차분한 멋이 있으며, 창살 문양은 중용의 미를 살렸다."

한국 건축을 향해 그간 숱하게 쏟아졌던 찬사들이다. 정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이란 그런 걸까. 저자는 "이제는 맹목적인 칭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우리 건축의 모습을 살펴볼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국내 건축학계 원로의 말이다. 그는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한 후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같은 대학의 명예교수로 있다. 저자는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질을 드러내기 위해 한중일 세 나라 건축의 공통점과 차이점, 문화 교류를 탐구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지붕과 화반, 석조물, 난방시설, 창호까지 다양한 요소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내 비교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 교류와 그 속에서 일어난 건축 교류사를 그린 뒤 세세한 건축 요소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동아시아 건축에서 특별한 존재인 지붕을 든다. 중국 건축은 유럽과 달리 건물 규모에 비해 지붕이 매우 컸다. 처마는 물론, 꼭대기 용마루나 추녀 등이 하나같이 곡선을 이뤘고, 심지어 지붕 면까지 곡면을 이뤘다. 왜 중국인은 지붕을 휘어진 곡선으로 만들었을까? 여전히 곡선 지붕의 기원에 대해선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아시아 건축에 미친 영향은 강력했다.

한반도 건축이 3차원의 곡선으로 꾸며진 지붕을 받아들인 것은 고구려가 북위와 교류를 갖던 시기 이전의 일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묘사된 건물들은 뚜렷하게 곡선 형상을 보여준다. 이런 지붕 곡선은 백제 때 만든 석탑에서도 흔적을 볼 수 있다.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지붕 끝은 살짝 지붕 위로 치켜 올라간 모습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일본 열도는 전통적으로 직선이 강조된 목조 건물을 지었다. 그런 성향은 신사 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건축 기술자들은 불교와 함께 곡선 지붕을 일본에 전했다. 기존 직선 지붕과 곡선 지붕 사이에 적지 않은 문화적 충돌과 혼란이 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결국 궁전이나 불교 사원에서 곡선 지붕이 채택돼 일본 열도의 건물 지붕도 곡선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한중일 세 나라 건축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개별 특징은 달랐다. 각 나라 건축의 특색을 비교한 저자의 표현도 재미있다. '엄격한 중국 공간' '자연스러운 한국 공간' '실내에 집중된 일본 공간'으로 구분한다. 중국의 공간 개념은 중축대칭(中軸對稱), 방정엄정적(方正嚴正的), 군체조합(群體組合)이다. 좌우대칭을 살리며 네모 반듯하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이다 보니, 최대한 자연 지세를 따라 건물을 배치하는 특성을 보였다. 지형에 따라 불규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배치다.

반면 전반적으로 산세가 가파르고 지진도 잦은 일본은 인공적인 '피난처' 구축에 관심을 기울였다. 큰 지붕 아래 내부 공간을 세심하게 분할하는 데에 힘썼지만, 외부 공간에 대해선 무감각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이런 '자연스러운 공간', '전체적인 완결'이야말로 조선 건축과 한국 건축이 이뤄낸 가장 큰 성취라고 평한다. 21세기 건축에선 다양한 세부를 전체가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자가 한국 건축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건축물은 '누각'이다. 시야가 탁 트이고, 좌우엔 완만한 산세가 펼쳐지며,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곳에 자리한 누각. 저자는 "자연과의 조화에 배려를 아끼지 않은 우리 장인들의 노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건축이 바로 누각"이라며 "누각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싶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