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동 백화점 지하 1층부터 5층, 공실 6개월
베트남 현지인 "회장님 구속되지 않았나?"
아파트 80억원 규모 하자보수기금 분쟁 중…"돈 없어 못 내줘"

"한꿕(Han Quoc)? 갱남 오너 철컹 철컹"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을 한 지 두 달. 그를 궁지로 몰아넣은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를 찾았다. 랜드마크72'는 현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경남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베트남 하노이 팜흥로에 위치한 랜드마크 72 빌딩 전경

이 빌딩은 하노이 구도심에서 택시로 25~30분 거리의 신시가지 팜흥로에 위치했다. 72층짜리 오피스 동과 48층 짜리 아파트 2개 동으로 구성된 이 빌딩은 최고 높이 346m로 10km 떨어진 서호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장대했다. 말 그대로 베트남의 '랜드마크'였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이 곳을 '갱남(Keangnam)'으로, 현지 교민들은 '경남아파트'라고 불렀다. 택시를 잡아 "갱남"이라고 목적지를 말하자, 승차 후 첫 신호 대기에서 기사가 목을 뒤로 젖힌 채 "한꿕?"이냐고 물었다. '한꿕'은 베트남어로 한국이란 뜻이다.

그는 이 후 두 손목을 겹쳐 수갑을 차는 모습을 흉내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한국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였다. 빌딩 1층에 있던 말레이시아계 팍슨(Parkson)백화점이 올 초 철수해서 브랜드 쇼핑은 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오피스동은 으리으리한 겉모습과 달리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통째로 비어 있었다. 1층에서 상층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파티션으로 막혀 있고, 출입구엔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행사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사람들은 빌딩 관리인에 연락하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에 입점한 팍슨 백화점이 비운 후 7월 1일 재개장하겠다고 공지했다

현지 관계자는 "백화점이 올 초 갑자기 문을 닫고 나간 이후 6개월 넘게 자리가 비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요가 없는 도심 외곽에서 브랜드 백화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면서 "지금은 롯데시네마와 한인식당이 입점한 푸드코트 정도만 영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워동 로비엔 빵집 뚜레쥬르와 커피숍, 옷가게 등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커피숍엔 한국인 주재원이 대부분이라 마치 서울 호텔 로비와 비슷했다. 후문 쪽 빈 공간엔 흰 차양막이 쳐 있고, 신한은행과 헤어샵이 오픈을 준비한다고 한국어로 공지했다.

타워동은 12층에서 46층이 사무실, 48층에서 60층은 레지던스 아파트, 62에서 70층은 호텔로 구성됐다. 사무실은 빈 곳이 많다고 했다. 공실률은 40%에 이르며, 입주 업체 대부분이 LG 등 한국 기업이다.

글로벌 호텔 예약 사이트엔 호텔 관리가 엉망이라는 불만 글이 줄을 이었다. 한 투숙객은 "타올은 얼룩지고, 실내 바닥이 함몰됐지만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남기업은 애초에 5성급 인터콘티넨탈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메리어트로 선회했다가 이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한 아파트 2개 동의 사정도 썩 좋지 않았다. 현지 부동산엔 이 아파트의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100만 달러(1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한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살아서 월 임대료는 여전히 비싸지만, 매매가는 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경남기업의 베트남법인 경남비나는 아파트 입주민단체와 80억원 규모의 하자보수 기금 분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비나는 2011년 분양 당시 아파트 분양대금의 2%를 하자보수 기금으로 받았으나, 작년 베트남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이 기금을 입주단체에 주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노이시 당국은 최근 경남비나에 이달 10일까지 기금을 입주민에 돌려주라고 결정했으나, 경남비나 측이 자금사정을 이유로 반환시기를 1달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하노이 최고가 아파트인 이 곳엔 베트남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많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에 입점한 팍슨 백화점이 올초 철수할 때 모습

랜드마크72는 성 전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건축 연면적 60만8천㎡로 여의도 63빌딩의 3.5배 규모인 이 빌딩의 총 사업비는 1조 2000억원(10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경남기업은 2007년 착공 당시 5억 달러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난항을 겪었고, 2011년 겨우 완공했다.

그러나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대로 비싼 데다 베트남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남기업은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올해 초부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이다.

경남기업은 2012년 이후 빌딩 매각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매매가가 7000억~8000억원에 형성돼 포기했다. 현재 우리은행 등 PF대출 대주단은 랜드마크72에 대한 6000억원 규모의 변제 1순위 채권을 골드만삭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