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로 인하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소비 위축 등 경기 후퇴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통위는 11일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6월 전체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연 1.75%)보다 0.25%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현행 금리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연 2%)보다 낮은 역대 최저인데, 더 낮추는 것이다. 이번 인하로 이주열 총재는 지난 4월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스 사태의 추이와 경제적 파급 영향이 아직까지는 불확실하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기록적인 엔저(低) 등 환율 문제로 올 들어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0%대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메르스 확산이라는 돌출 변수까지 튀어나오면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은이 예상한 3.1%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출 부진과 메르스 사태의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리스크(위험)가 커졌다. 3.1%보다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메르스 확산과 수출 감소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한 만큼, 정부도 추가 경정 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하 등 한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추경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