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4억대가 팔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갤럭시부터 인도·아프리카산(産)까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운영 체제(OS)만큼은 단 두 개,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OS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작동시키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구글의 OS 지배력은 특히 압도적이다. 지구촌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안드로이드폰이다. 구글 스스로도 스마트폰을 넘어 일상의 모든 이기(利器)를 안드로이드 기반의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안드로이드 제국'의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구글과 애플, 두 골리앗이 지배해온 이 스마트폰 OS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진원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한 서남아시아 지역.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 '타이젠'의 의미 있는 성공

올해 1분기 방글라데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줄곧 1위였던 60달러짜리 현지 메이커 제품을 제치고 92달러짜리 삼성전자의 Z1이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이다. Z1은 삼성전자가 연초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출시한 초저가 폰으로, 삼성의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싸다는 것 말고도 독특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타이젠'이라는 독자 운영 체제(OS)를 장착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첫 타이젠 폰인 'Z1'. 올해 초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출시된 Z1은 양국 저가 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르면서 구글과 애플이 지배해온 OS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독자 OS를 장착한 제품으로 1위를 한 건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이다. Z1은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도 100만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100달러 미만 시장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Z1을 통해 '탈(脫)안드로이드'를 향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만들면서도 지나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인텔 등과 공동 개발한 타이젠이 그 대안이었다. 삼성은 먼저 인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에서 타이젠 폰을 출시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지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아직 20~30% 정도여서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타이젠이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도(12억4000만명)와 방글라데시(1억6500만명)를 합치면 시장 규모는 중국(13억5000만명)을 능가한다. 젊고 유능한 앱 개발자들도 풍부하다. 독자 OS를 퍼뜨릴 동력(動力)을 얻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중국·인도 OS도 가세

중국과 인도의 스마트폰 메이커들도 독자적인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최대의 스마트폰 메이커인 마이크로맥스는 안드로이드를 일부 변형한 사이아노젠의 OS를 장착한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지 저가 브랜드 인텍스·스파이스 등은 '파이어폭스'라는 대안 OS를 장착한 모델을 개발 중이다.

중국의 화웨이·샤오미도 기존의 구글 안드로이드를 저(低)사양의 스마트폰에 알맞도록 변형한 OS를 쓰거나 아예 독자 OS 개발에 나섰다.

구글도 대응에 나섰다. 저(低)사양 스마트폰에 맞는 '안드로이드 원'이라는 맞춤형 OS를 내놓고, 스마트폰 메이커 붙잡기에 나선 것이다. 순다 피차이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은 "신흥 시장에서는 휴대폰 사용자의 10%만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원을 장착한) 저가 폰으로 안드로이드 사용자 10억명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서남아시아에서 시작된 탈안드로이드 바람이 세계 OS 시장 판도를 흔드는 단계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 당장 삼성전자의 타이젠만 해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용을 다 합쳐도 사용할 수 있는 앱이 고작 4000개 정도다. 100만~200만개 단위의 애플이나 구글 앱 생태계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해법을 인도에서 구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중소기업부와 손잡고 인도 대학생들에게 타이젠 OS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시작했다. 오는 8월에는 인도에서 대규모 개발자 회의인 '타이젠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Z1 출시를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확대하고, 후속 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런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탈안드로이드 바람은 인도를 넘어 다른 시장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